▲ 이재명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와 인공지능(AI) 투자 등 통신 정책이 이동통신 3사의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과 인공지능(AI) 100조 투자라는 정책 방향을 동시에 내세우면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복잡한 셈법에 빠지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통신 정책은 단기적으로 통신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새 정부가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AI 산업은 통신 3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통신 업계와 정치권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와 AI 투자 공약이 정책으로 현실화될 경우 통신 3사의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중앙당 정책공약집을 통해 생활비 절감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국민의 정보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에 따른 알뜰폰 및 자급제폰 활성화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QoS) 도입 △잔여 데이터의 선물하기 또는 이월 선택제 도입으로 이용자 중심의 데이터 활용 제도 구축 △병사 통신요금 할인율 확대(20%→50%) △5G 백홀을 활용한 공공 와이파이의 광역 지하철망 확대 △TV 유휴대역 활용한 슈퍼 와이파이로 농산어촌 이용자 데이터 요금 경감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통신 정책은 통신 3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된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 조치로 통신 3사의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줬던 것에 비춰볼 때,
이재명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도 3사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9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자, 2018년 1분기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자급제폰 활성화, 데이터 안심요금제, 잔여 데이터 이월·선물하기 허용 등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짜인 기존 통신 3사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로 통신사별 번호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알뜰폰 활성화가 본격화되면 통신 3사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유료 데이터 사용량 감소로 이어져 통신사 수익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의 인공지능 분야 100조 원 투자 계획은 인공지능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자 하는 통신 3사에게 사업 확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
반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산업 육성 정책은 통신 3사에게 사업 확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이 나온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은 통신사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성을 부각시키며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과 함께 100조 원 규모의 AI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AI 인프라 구축, 고성능 그래픽저장장치(GPU) 확보, 전문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새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AI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면, AI 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자 투자를 확대 중인 통신 3사는 B2B(기업 간 거래) 및 B2G(정부와의 거래) 시장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가 AI와 연계한 6세대(6G) 네트워크 기술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공약도 통신 3사의 중장기 수익성 확대를 위한 성장 기반 마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AI 중심 차세대 네트워크(6G) 상용화 △AI 네트워크(6G) 핵심기술 확보로 글로벌 장비·단말기 시장 선점 기반 마련 △AI 네트워크(6G) 실현의 핵심기술인 위성통신기술 개발 적극 추진 △양자정보통신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 등도 제시했다.
6세대 네트워크와 양자정보통신기술도 통신 3사가 AI와 함께 신사업 차원에서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통신 3사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6G 분야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신비 인하든 인공지능 투자든 통신 산업은 본질적으로 규제 산업인 만큼, 결국 정부가 공약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