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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통신 마피아'에 금 가나, 공공연히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6-04 10: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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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통신 마피아'에 금 가나, 공공연히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
▲ 'SK텔레콤 해킹 한파'에 떨던 통신사들이 급기야 주무 부처의 `일 잘하는 공무원'을 꼽아 '누구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고 말하는 등 '통신마피아' 실체를 드러내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어릴 적 시골 동네 녀석들 사이에 오갔던 말 중 참 유치하고 치사했던, 그래서 당시 시절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음을 짓게 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너 오늘은 우리 집에 텔레비 보러 오지 마'라거나 계란말이나 소시지 부침 같은 도시락 반찬을 내보이며 '너랑은 같이 안먹을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좀 사는 집 자식이면서 심보가 고약한 아이가 좀 못사는 집 아이를 대상으로 이런 짓을 한다.

그런데,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이런 수준의 짓거리를 하겠다고 벼르는 소리가 통신사 쪽에서 들린다.

"그래봤자 전에도 늘 벌어졌던 해킹을 또 당했을 뿐인데, 너무 심하게 몰아부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다. 누구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가 "통신 업계 내부 분위기"라고 전한 말이다. 다른 통신사 임원에게 물어보자 그 역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명단까지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SK텔레콤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정책당국자들의 이전과 다른 '원칙적이고 엄한' 태도에 크게 서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국회와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과 시민들로부터도 몰매를 맞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바람막이를 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가세하는 모습에 불만이 크다"고 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누구 누구'라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꼽아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고 한다는 대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전에 과기정통부 아무개 실장을 두고 이런 얘기가 거의 공개적으로 돈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나오고 있다. 명단도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퇴직 뒤 챙겨준다'는 게 뭘 의미하냐는 비즈니스포스트 질문에 "과기정통부나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뒤 산하기관장과 대형 법무법인 등을 거쳐 통신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있는 협회나 단체의 상근직이나 통신사가 거래하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의 고문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 직책이나 대우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받아주지 않거나 연봉과 차량 배기량 등에서 불이익을 주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직 고위 공무원 쪽에서 보면 '참 치사하면서도 수치스럽게 만드는 짓'을 당한 꼴이다. 통신사들이 회비를 내는 협회나 단체, 통신사들과 거래하는 법무법인 등에 재취업 중인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무지 쪽팔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퇴직자들에게 이른바 '물 좋은' 곳으로 꼽히는 협회·단체에서 고액 연봉과 고급 차량을 제공받는 중인 전직 관료들은 '모양 빠지게 만드네'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 가서, 누구한테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선배·동료 공무원들의 현직 시절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게으른' 처신이 통신사들로 하여금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게 했다는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어서다.

과기정통부·방통위·개인정보보호위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뒤 산하 기관장 등을 거쳐 통신사들이 정회원 내지 특별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협회나 단체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부회장이나 고문 등의 직함을 갖고, 1억원 중반 대 연봉과 기사 딸리 자동차 제공 등의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퇴직 뒤 통신사 고위 임원이나 고문, 협회 상근부회장 등으로 바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 재직 당시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이나 협회 등으로 바로 재취업하게 두면 공무원 윤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며 심사를 받게 하면서부터는 통신사와 거래가 많은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등을 거쳐 협회나 단체로 옮겨가는 게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오래 전부터 과기정통부·방통위·개인정보보호위, 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 통신사 및 플랫폼 사업자들과 거래하는 대형 법무법인 사이에 전직 고위 공무원을 매개로 하는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 쪽만 이렇다고 볼 수도 없다. 주요 부처·기관별로 'XX마피아'라는 말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통신 마피아'에 금 가나, 공공연히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
▲ 통신사들이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계기로 `통신마피아' 실체까지 드러내며 새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통신사들은 사업 목적과 직접 관련이 있는 협회나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낸다. 통신사 대표들이 돌아가며 협회장이나 단체장을 역임하고, 과기정통부·방통위·개인정보보호위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고문이나 부회장 등을 맡는다. 협회나 단체 쪽에서 보면, '황금알 낳는' 사업을 하는 통신사를 회원으로 끌어들여 거액의 회비를 챙기고, 주무 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 고문이나 부회장을 통해 회원사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으니 좋다. 

이런 생태계가 확장돼, 통신사들이 전후방 산업 쪽 협회나 단체의 특별회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해관계가 달려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과기정통부·방통위·개인정보보호위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재취업시키는데 필요한 자리 만들기 차원도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 전직 간부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회원사들의 사업 내용별로 소규모로 쪼개져 있던 사업자 단체를 통합하고, 과기정통부 출신을 상근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정부와 업계 간 소통 창구를 통합했으면 한다는 정부 쪽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데, 우리 회원사들도 '을'의 처지로 통신사들을 상대해야 했던 상황이라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통신사들이 특별회비를 내줘 고위 공무원 출신의 상근부회장 영입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대외협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회적으로만 큰 이슈가 되거나 통신사들과 국민(가입자) 간 이해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이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잘 작동된다. 하지만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태처럼 가입자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사업자와 가입자 간의 이해가 갈려 정책당국자들이 사업자들의 처지를 우선적으로 살피기 어렵거나, '현직'이 원칙을 중시하며 깐깐하게 일을 처리할 때는 잘 작동되기 어렵다.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 간부들은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통신사에 전례없는 수준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태의 축소·은폐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다른 통신사와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까지도 '동의' 절차를 거쳐 강도 높은 보안 점검을 받게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도 피해자"라고 하거나,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번호이동 중도해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판단을 6월 말로 미루는 등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조사가 한창인 시점에 개인정보 유출 쪽 조사를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의 고학수 위원장이 조사를 받는 중인 SK텔레콤의 유영상 대표와 경영진을 만나 '수상한 만남' 내지 '부적절한 만남' 지적을 받았다. 이후 개인정보보호위는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들이 정부 쪽의 강경한 태도에 당황해하며 '누구 누구는 퇴직 뒤 챙겨주지 말자'는 으름장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전에 통신망 화재나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사업자 대표가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인 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몰매를 맞는 것으로 스리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3년 전부터 이미 뚫린 사실이 공개되고, 사업자 쪽의 사후 대책과 위기 대처 능력 부실에 실망한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바닥'을 드러내고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으나 사태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쪽에서 보면, 새 정부 출범으로 상황은 더욱 불확실하고 복잡해지게 됐다. KT와 LG유플러스도 '유탄'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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