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DB생명이 회계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가운데 리더십 공백도 겹치며 경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자회사로 편입한 뒤에도 경영정상화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이후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위기 타개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 KDB생명이 임시주주총회 뒤 회계상 완전자본잠식 등 위기 극복 방안을 찾을지 관심이 모인다. |
2일 KDB생명은 분기보고서로 회계상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공식화했다. 3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17조8540억 원, 부채총계는 17조9888억 원으로자본총계는 –1348억 원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에 부실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상황 점검을 위해 5월21~23일 서울 KDB생명 본사에서 현장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KDB생명 관계자는 “이는 회계상 측면으로 실제 보험금 지급 여력이나 현금 유동성 부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분기 말 기준 KDB생명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적용 전 40.60%에 불과해 실질 건전성 관련 우려는 여전하다.
경과조치 적용 시 163.95%로 금감원 권고치를 웃돈다. 하지만 경과조치 자체가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한시적 적용에 불과한 만큼 실질적 자본관리 중요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KDB생명 경영 불안의 또 다른 요인은 리더십 공백이다.
임승태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3월 말 임기를 마쳤지만 6월 초인 이날까지 아직 후임 인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임 사장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조직개편 등 굵직한 경영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모회사인 산업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후임 인선은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차기 정부에서 인선이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수석부행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과 KDB생명 모두 실질적 최고경영자 부재 상태가 이어지며 이는 자본확충, 사업재편, 재매각 등 경영 정상화 방안 실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KDB생명은 시니어 시장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KDB생명은 5월 경기도 고양시에 시니어 대상 데이케어센터를 열었을 뿐 아니라 치매보험 등 고령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전략도 강화했다.
영업 확장에도 힘쓰며 1분기 말 기준 계약서비스마진(CSM) 총량은 2024년 말보다 약 4.6% 늘었다.
외부 전문가 발탁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월에는 김병철 전 푸본현대생명 전무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해 실무 경영을 맡겼고, 5월 초에는 iM라이프 출신 ‘재무 전문가’ 정진택 전 전무를 CFO 겸 전략기획부문장으로 영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전략과 재무 전문가 영입은 KDB생명이 직면한 건전성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안팎의 시선은 이후 열릴 예정인 KDB생명 임시주주총회(임시주총)로 모이고 있다.
▲ KDB생명은 12일 기준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연다고 알렸다. 사진은 KDB생명 홈페이지 공지 갈무리. < KDB생명 > |
KDB생명은 12일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임시주총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임시주총 개최 일정 및 다루는 안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인사 및 자본확충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앞서 KDB생명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서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 모두 3건이 처음 소집결정엔 포함됐다가 이후 제외된 바 있다.
당시 제외된 안건들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재상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도 임시주총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연내 KDB생명 유상증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KDB생명 관계자도 자본잠식과 관련해 “재무건전성 문제 해결을 목표로 금융당국 및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