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에 8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446억 원을 냈는 데 2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직전 분기 대비 더욱 악화한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놓고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2천억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분기 중 국제유가의 하락 흐름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을 비롯해 정유사업의 정제마진 악화 등 업황 흐름이 SK이노베이션 같은 국내 에너지 기업에 녹록지 않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전망을 놓고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눈높이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제마진이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고 5월의 원유 OSP(공식판매가격) 또한 대폭 인하되긴 했으나 유가 급락을 고려하면 재고손실 발생에 따른 석유부문 적자 가능성이 높고 화학에서도 적자 지속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올해 하반기 이후에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정학적 위험,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정책 변동 등에 사업 불확실성도 큰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고전하는 가운데 리더십 교체를 전날 단행했다. 박상규 전 대표이사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뒤 단 1년 2개월여 만에 물러나고 추 사장이 대표에 새로 선임된 것이다.
추 사장은 1974년 생으로 SK그룹 내에서 빠른 승진을 거듭해 온 대표적 ‘젊은 피’ 경영자로 꼽힌다.
임원에 오른 뒤 단 3년 만인 2021년부터 SKE&S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왔다.
지난해 11월 SKE&S가 SK이노베이션에 합병된 뒤에도 사내독립기업(CIC)로 남은 SK이노베이션E&S의 사장 자리를 지켰다. 이후 1년도 지나기 전에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까지 오르게 됐다.
▲ 2024년 7월 추형욱 당시 SKE&S 대표이사 사장이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합병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SKE&S >
추 대표이사가 SK그룹 내에서 빠른 승진을 이어온 데는 신사업 추진에서 두각을 드러낸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추 대표이사는 2006년 SKE&S에 가스앤파워 사업전략 담당으로 입사하며 SK그룹에 몸을 담았다.
2010년에 SK그룹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으로 진출할 때는 SK에서 사업지원부문 및 LNG TF 팀장을 맡으며 사업 전반을 기획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LNG 사업은 이후 SKE&S의 주력사업으로 회사의 성장에 밑바탕이 됐다.
추 대표이사는 2020년부터 2년 동안 SK그룹의 수소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수소에너지 사업 추진을 주도하기도 했다.
수소에너지로 사업 확장은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SK그룹 차원에서도 중대한 과제로 꼽힌다.
SK그룹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E&S를 합병하도록 하면서 정유를 비롯한 기존 화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실적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에너지 사업에 수소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 사이 시너지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그룹 차원에서 핵심 전략인 셈이다.
추 사장은 SKE&S의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에서 SK이노베이션E&S의 사장과 함께 시너지추진단장도 맡아 왔다.
이를 통해 추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아래 석유화학 공장을 통한 수소 생산 확대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구축, 수소 충전소 확장 및 판매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하는 국내 유일한 사업자로서 도약한다는 그룹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힘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추진단과 함께 수소사업 관련 해외 원천기술 보유 기업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확산 등 글로벌 수소 시장 진출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사장은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적 미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SKE&S가 가진 여러 에너지원과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해 파워 밸류체인의 설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