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5-28 15: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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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건설 계약의 최종 체결을 놓고 한국과 체코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계약 체결 시점이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두코바니 원전을 반영해 둔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이날부터 선거일인 6월3일 오후 8시까지 정당 지지도 혹은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및 인용 보도 등이 금지된다. 다만 금지 기간 전 실시된 여론조사는 조사 기간을 명시해 공표, 보도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와 같은 6일의 여론조사 공표 및 보도 금지 기간이 설정된 2005년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보면 금지 기간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9%,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1%,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 등으로 지지율이 집계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세부 지지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 이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판세가 굳어져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윤석열 정부 때 추진된 정책과 사업들을 놓고 대대적 재검토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체코 원전 수주는 윤석열 정부가 주요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사업이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내세우며 단기적으로는 원전과 관련해 급격한 감축을 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체코 원전과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는 수주 성과를 내기 위해 퍼주기 협상을 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왔던 만큼 새 정부에서 금융 조건을 포함해 협상 내용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체코와 원전 계약을 놓고 구체적 조건 등에서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새 정부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할 공산도 크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윤석열 정부는 체코가 원전 건설 비용을 100% 부담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금 조달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데다 우리 정부가 체코 측에 금융지원을 먼저 제안한 정황이 있는데 이는 명백히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체코 역시 올해 10월에 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체코의 정부형태는 의원내각제를 바탕으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존재하는 이원집정부제로 분류된다. 하원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고 다수당 당수가 총리를 맡아 국정운영을 주도한다. 이번 총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이 교체되면 국정운영의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큰 셈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컨설트가 올해 2월 내놓은 각국 지도자 지지율을 보면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16%의 지지율로 17%의 지지율을 보인 한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조사대상 지도자 가운데 꼴찌를 다툴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체코 현지에서는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원전건설 계약을 놓고 긍정당(ANO)와 같은 야당이 책임을 물으며 정치 쟁점화까지 시도하면서 계약의 최종 체결 시기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7일 프라하 체코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한국과 체코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전산업 협력 약정(Arrangement) 체결식에서 약정서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피알라 총리는 현지시각 27일 체코 공영 라디오 주르닐과 인터뷰에서 총선거 이전에 한국과 원전건설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거 전에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에게 달린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계약이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중지된 뒤 체코 대법원에 항고가 들어가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법정에서 어떻게 판결이 날 지 불확실하다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원전 건설이 사업 규모가 큰 데다 안보 등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양국 정상이 서명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물론 체코의 정치 상황까지 안정돼야 최종 체결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한국수력원자력 주도의 팀코리아에 참여 중인 두산에너빌리티나 대우건설로서는 체코 원전 수주를 고려해 잡아 놓은 올해 수주 목표의 달성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는 시점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수주 실적인 9조9128억 원에서 올해 수주 목표는 14조2천억 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실적인 7조1천억 원에서 올해 목표치는 10조7천억 원으로 각각 40% 이상을 높여 잡았다.
체코 원전 계약이 법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칫 내년으로 밀린다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체코와 계약 체결식이 무산된 뒤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체결은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으나 최종적으로 체결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며칠, 몇 달이 연기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