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5-28 13: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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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마지막 TV토론에서 여성에 관한 '선 넘은' 발언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대 10%대 지지도를 기록하며 선전을 노리고 있던 이 후보에게 이번 사안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여성혐오 발언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자신의 TV토론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도자의 자세란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며 “어제 TV토론에서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오신 두 후보에게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지만 두 후보는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고 적었다.
자신은 여성문제에 적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관련된 질문을 던졌을 뿐이며 오히려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두 후보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발언 자체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토론에서 언급되기에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특정 여성 신체 부위와 '젓가락'이란 단어를 직접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호출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등이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성혐오성 댓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고,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아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재명, 권영국 후보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려 한다고 해도 꼭 그런 표현을 입에 담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일 시사평론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살면서 TV토론에서 '여성 성기', '젓가락'이라는 표현을 직접 들을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이라며 “이게 나올 수 있는 애기인가, 해야 될 얘기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로부터 질문을 직접 받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이 후보의 의도 자체가 불순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후보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겠다는 의도로 여성 혐오 발언을 공중파 TV토론 자리에서 필터링(여과) 없이 인용한 이준석 후보 또한 여성 혐오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토론을 누가 듣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었을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 백브리핑에서도 이 후보를 향해 "인신공격을 저렇게 하는가 도대체 정치를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장에서, 국민 보는데서 낯뜨거운 얘기할 정도라면 본인이 사퇴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단체인 한국 여성의전화도 성명서에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며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표현이라도 피하지 않고 언급함으로써 ‘여성 혐오’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의도이든 이 후보의 발언은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성태 사람과사회 연구소 실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후보의 발언은 비유하자면 전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흉악범죄 사건 사진을 들이미는 경우라 봐도 된다"며 "여성혐오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지 확인도 안 된 커뮤니티 댓글 한 줄은 언급할만한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혹평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관한 국민의힘 인식을 묻는 질문에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후보의 발언이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대선 TV토론 전략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왼쪽)가 28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논쟁을 펼치고 있다. <델리민주 유튜브 갈무리>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공약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시에 네거티브 전략까지 취하면서 ‘이재명 대 이준석’ 구도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이 후보는 전날 토론 주제가 정치 분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호텔경제학' 논란을 다시 언급한 뒤 독일의 공산주의자 이론이라며 색깔론까지 꺼내들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 23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중국 및 일본과 협력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본과 어떤 협력을 하겠다는 건지 애매하다”며 "일본 대부분 지역이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중국, 일본 연구진과 함께 2019년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에 따르면 중국 배출원이 일본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은 24.6%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 후보의 ‘젓가락’ 발언도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려다 나온 ‘패착’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사전에 준비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 자신뿐 아니라 개혁신당의 토론 준비팀 전원이 이번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윤태곤 더모아 실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토론이라는 게 한 장면으로 모든 게 묻혀버리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 장면으로 인해서 어제 토론의 다른 (좋았던) 장면들은 묻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 후보 ‘젓가락’ 발언 논란이 커짐에도 사실상 사과를 거부하며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철근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폭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너무 부풀려서 말씀하시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적절한가 여부는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여성인권을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자의 가치관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관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도록 그 아들의 언행에 대한 판단을 묻는건데 불필요하다고?
공영방송에서 입에 담았다가 이렇게 비판받는 언행을 대통령 후보자의 아들이 말하고 다니고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사람을 국민들이 알지도 못한 상태로 뽑으라고? (2025-05-28 16:5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