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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행동주의 펀드의 KT&G 공격, 한국형 '주주자본주의' 기업으로 나아가는 동력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5-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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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행동주의 펀드의 KT&G 공격, 한국형 '주주자본주의' 기업으로 나아가는 동력
▲ KT&G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주주 가치 중심’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역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 KT&G >
[씨저널] KT&G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주주 가치 중심’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배당금 성향을 높게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중장기 배당 정책의 일관된 제시,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 모든 측면에서 주주환원을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역시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방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3억 원 규모의 KT&G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취임 첫해인 2024년 거의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재미있는 점은 KT&G가 과거에는 국가기관인 ‘전매청’이었다는 사실이다. KT&G는 국가가 담배를 직접 제조·판매하던 시대의 산물에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주주친화기업으로 변화한 셈이다. 

◆ 배당 확대와 자사주 정책, 숫자로 증명된 주주친화 전략

KT&G가 주주환원 정책에 ‘진심’이라는 점은 구체적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회사 Webull에 따르면, KT&G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4%의 배당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의 배당 성향도 50%를 넘겼다. 2024년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인 34.74%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T&G는 2023년 11월, 향후 4년간 총 3조7천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포함한 ‘KT&G 플러스 알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배당 2조4천억 원, 자사주 매입 1조3천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7년까지 발행주식 총수의 20%를 소각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현재의 약 10%에서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KT&G가 2024년 소각한 자사주는 모두 846만 주로, 19일 종가 기준 약 1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 전매청에서 주주친화기업으로, KT&G를 바꾼 결정적 전환점은?

KT&G는 1989년까지는 정부 조직인 ‘전매청’의 역할을 했고, 이후 한국담배인삼공사라는 이름의 공기업으로 전환됐다가 2002년 완전 민영화에 이르렀다.

정부는 2002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KT&G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이때부터 KT&G는 철저한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KT&G가 주주친화적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다. 바로 2006년 칼 아이칸의 경영권 공격이다.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손잡고 2006년 초 KT&G 지분 약 6.6%를 확보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금 증가,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전형적인 행동주의 전략이었다.

아이칸의 압박에 직면한 KT&G는 그해 8월,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전격 발표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아이칸이 요구한 사항들을 일정 부분 수용해 아이칸의 명분을 없애는 한편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방어 전략을 짠 셈이다. 

아이칸은 결국 2006년 말 15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남기고 KT&G에서 철수했다. KT&G에게 외부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으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떠난 셈이다. 

아이칸의 경영권 공격 당시 한국투자증권 이경주 연구원은 “KT&G의 방어 전략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경영 성과 개선, 공개매수 등 주가 저평가 해소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분산 지분 구조’와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 주주친화 정책의 숙명적 동력

KT&G가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배경은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분산 지분 구조’에 있다. 

2024년 기준 KT&G의 주요 주주는 중소기업은행(7.59%), 국민연금공단(7.1%), 행동주의 사모펀드(약 7.8%), 우리사주조합(4.03%) 등이다. 특정 대주주 없이 기관과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고르게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지분 구조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박과 행동주의 펀드의 지속적인 감시 속에서, KT&G로 하여금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결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위협인 동시에, KT&G를 더욱 ‘정통 주식회사’로 거듭나게 만드는 존재들이기도 한 셈이다.
 
[씨저널] 행동주의 펀드의 KT&G 공격, 한국형 '주주자본주의' 기업으로 나아가는 동력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6월5일 열린 글로벌 주니어 커미티·글로벌 CA 임명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T&G >
◆ KT&G는 ‘주주자본주의’의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을까?

KT&G의 사례는 ‘주주자본주의’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주주자본주의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유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등과 맞물리며, KT&G는 개인·기관 투자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회사’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KT&G는 담배와 인삼이라는 안정적이지만 확장성도 낮은 산업 기반 덕분에 매출 변동성이 낮고, 때문에 경기방어주로서의 성격도 강하다는 것 역시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KT&G는 최근 몇 년동안 매출이 정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1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유지하며 배당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ROE 목표 상향 등은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지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담배 산업 자체의 특수성과 국가 주도의 민영화 등 일반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KT&G의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면서도 “KT&G가 보여주는 ‘주주친화 경영’의 전개 과정은,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분산 지분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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