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단독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신규 고객사 수주와 중저가 제품 개발을 발판으로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해 왔는데 세액공제 폐지와 관세를 비롯한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응해 ESS용 제품 쪽으로 사업을 적극 전환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단독공장 증설로 미국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체 수요 가운데 25%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 인텔리전스와 함께 이와 같은 전망을 내놨다. 현재 증설 중인 미시간주 홀랜드 단독공장은 올해 하반기 LFP 배터리 양산에 본격 들어간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월18일 미국 생산설비 투자를 위해 한화로 2조319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ESS 배터리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 분야 산업 호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ESS 배터리는 미국 내 에너지 수요 급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설비이다.
이러한 준비를 발판으로 새 고객사도 확보했다.
미국 태양광 발전회사 OCI홀딩스의 손자회사 OCI에너지는 26일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ESS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주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해 OCI에너지에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크리스탄 도허티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자회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중국산 배터리셀 수입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퍼져 있었다”며 ESS 배터리 전환을 미리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미국 ESS 시장은 그동안 중국산 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ESS 시장에서 중국산 LFP 배터리는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안정성으로 수요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3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했다. 주행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 적합한 제품이라 공을 들였다.
그러나 고정된 위치에서 안정적인 출력을 내는 게 중요한 ESS 배터리로는 LFP가 더욱 적합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현지 공장을 증설하면서 이런 추세에 대응하려 노력해 왔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LFP에는 철이 들어가 무게가 무겁지만 안정성이 높아 ESS용으로 수요가 높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LFP 생산을 준비하는 건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던 미시간주 공장을 빠르게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한 점은 삼성SDI나 SK온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 에스토니아 오베르(Auvere) 산업단지에 설치된 ESS 설비. LG에너지솔루션이 LFP 배터리를 공급한 설비다. < LG에너지솔루션 > |
삼성SDI와 SK온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제조한 배터리를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ESS용 LFP 배터리 개발 및 생산까지 시일이 더 걸리는데 경쟁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관세 인상을 추진해 ESS용 중저가 LFP 배터리를 준비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 대안으로 떠오를 공산도 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대 중국 관세를 일단 30%로 낮췄지만 배터리 업계는 추가 관세에 직면한 상태”라고 짚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대 초반부터 GM을 비롯해 전기차 전환을 노린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미국에 적극 진출했다.
이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구축에 집중했는데 트럼프 정부 들어 세액공제 폐지와 자동차, 부품 관세로 시장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들어 3월까지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1~4월 동안 각각 35%, 25% 늘었다.
시장 성장세가 다른 지역보다 더딘데 관세와 보조금 축소까지 겹치면 미국 전기차 업계가 더욱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인공지능(AI) 산업 개화로 전력 수요가 폭증해 데이터센터를 보완할 ESS 배터리는 호황이 예고돼 있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4년 4GW에서 2030년 84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6년 동안 21배나 커질 시장이란 뜻이다.
요컨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배터리 사업이 트럼프 정책을 계기로 ESS 중심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미국 내 중국 배터리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FP 배터리 소재 공급망 상당 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에게 현지 공급망 구축은 과제다.
크리스탄 도허티 CPO는 “미시간주 공장에서 생산할 배터리셀은 2026년 초부터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