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 판매 시장 다각화가
정의선 회장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시장 2위인 미국과 3위인 인도에서 판매 성과를 내고 있지만, 유럽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세계 전체 판매 실적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시장 2위인 미국과 3위인 인도에서 판매 성과를 내고 있지만, 유럽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글로벌 판매 실적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판매 시장 다각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정 회장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시장 재진출도 노리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판매 성과가 중요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1위 완성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 개척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 세계 판매량은 163만 대를 기록하며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순위만 놓고 보면 글로벌 3위 자리를 지켰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0.3% 감소했다. 1위인 도요타가 3.4%, 2위인 폭스바겐이 1.7% 증가한 것에 비해 글로벌 톱3 완성차 기업 가운데 현대차그룹만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1분기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2217만 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판매량 감소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세계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줄어든 것은 중국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분기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 증가는 중국과 미국이 이끌었다. 중국의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74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미국 판매량은 3.3% 증가한 402만 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1분기 미국에서 모두 41만9912대를 판매하며 역대 1분기 미국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차그룹이 1분기 미국에서 40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최근 중국 사업에서 현대차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에서 2016년 113만 대를 판매하면서 현지 연간 최다 판매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 한한령으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꺾였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12만5천 대를 판매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0.6%로 하락했다. 2023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43.8%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을 더하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 현대차의 첫 중국 전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일렉시오. <현대차> |
현대차는 4월 첫 중국 전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일렉시오’를 공개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일렉시오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으로 현대차가 중국 시장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일렉시오의 성패가 중요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기업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중국에서 반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렉시오는 준중형 전기 SUV로 중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차급에 속한다.
판매량 순위 4위를 지키고 있는 유럽에서도 최근 판매 실적이 주춤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모두 26만7234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이 4.0%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0.3%포인트 줄어든 7.9%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만 해도 좋은 실적을 냈던 러시아 시장마저 재진출이 불투명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하원(국가두마) 재산문제위원회는 자산을 남겨두고 해외로 나간 기업의 재진입을 가로막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의 불확실성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흥 시장 판매 성과가 중요해진 것이다.
기아는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인 ‘타스만’으로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기아는 7월 호주, 8월 뉴질랜드에서 타스만을 공식 출시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를 차례로 방문해 시장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출시 전 최고경영진이 직접 현지를 둘러본 것을 보면 기아가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기아는 타스만 판매 지역을 중동으로도 확대한다. 6월부터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6만7168대를 판매했다. 2023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0.4% 감소하긴 했지만 점유율 16.5%로 1위를 지켰다. 도요타가 6만6576대를 팔며 2위를 차지했다.
‘일본차 텃밭’으로 여겨졌던 베트남에서 일본 토요타 자동차를 연이어 꺾으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