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승계문제가 고려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서 회장의 아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이와 관련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서 회장이 최대 고민인 승계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진 회장의 아들
서진석 셀트리온 각자대표이사는 2024년 5월 기준으로 셀트리온(사내이사)과 셀트리온홀딩스(사내이사), 셀트리온제약(사내이사), 셀트리온스킨큐어(기타비상무이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기타비상무이사)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 회장이 과거 소유와 경영분리를 약속했지만 이미 번복한 데다가
서진석 대표가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만큼 승계를 위한 작업은 사실상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서진석 대표는 2025년 3월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계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약이 가장 중요한 때 신사업에 최대한 속도를 내라는 측면에서 저에게 잠깐 역할을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서 회장이 자녀에게 최고경영자를 안 시키겠다는 말을 번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승계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도 이런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셀트리온홀딩스에도 신주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를 쥔 최대주주인 서 회장은 셀트리온 주식을 처분해 현금동원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나스닥 상장 이유를 두고 차등의결권을 통해 적은 지분으로도 지배력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일부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해 승계 과정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한 주당 부여되는 의결권의 수를 다르게 설정하는 주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주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지만 차등의결권 주식에서는 특정 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차등의결권을 통해 1주당 29표의 효과를 보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김 의장의 경우 상속 또는 증여, 매각할 경우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이 있지만 미국법상 강제사항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정관으로 차등의결권의 적용을 받는 주식을 상속, 증여, 매각될 경우 보통주로 전환하는 규정을 둘 수는 있지만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수증자가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으니
서진석 대표가 아버지
서정진 회장에게 증여를 받게 되면 막대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최종적 자금이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승계받는 자금은 충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속 및 증여세 관련 법률에 따르면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으면 증여자도 증여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 문제로 경영권이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서 회장이 기업공개 뒤 주식을 일부 처분해 막대한 현금을 쥐게 되면 기업과 무관하게 개인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자금을 해외 신탁제도나 보험과 같은 방식으로 승계를 준비할 방법도 거론된다.
신탁은 자산을 수탁자에게 맡기고 지정한 수익자(자녀 등)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상속개시와 무관하게 자산을 이전하고 관리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다이너스티 신탁(Dynusty Trust)의 경우 수십 년에서 영구적으로 자산을 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는 구조를 띄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사적배서 생명보험(PPLI)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을 세금 없이 쌓을 수 있고 자산가가 사망하면 거액의 보험금이 비과세로 유족에게 지급된다.
그래서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초부유층은 자산의 상당부분을 PPLI 형태로 넣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서 회장이 나스닥 상장 뒤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별도의 재단 또는 가족회사를 설립해 셀트리온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의 월마트 소유한 월튼 가문이 이런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튼 가문은 '월튼 엔터프라이즈'라는 가족 투자회사를 통해 월마트 지분 과반을 공동소유하면서 수십년 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힌 것 외에도 2024년 1월에도 한국경제인협회 퓨처리더스 캠프에서 연내 나스닥 상장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서 회장은 나스닥 상장 시점이 늦춰진 것을 두고 “지난해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상장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계획을 늦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