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5-16 11: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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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과 주가 부진을 공식 발표하며 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부진을 정조준하며 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와의 갈등을 공식화했다. 그룹 안팎에서 불거지던 오너 일가 내 불화가 결국 표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아버지 윤상현 콜마홀딩스 회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윤상현 부회장은 “혈연보다 주주 가치”를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아버지의 중재마저 무산되며 콜마그룹 오너 남매 간 갈등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6일 콜마홀딩스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 대한 개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콜마홀딩스는 “윤동한 회장님의 말씀은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윤여원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상장사의 경영 판단은 혈연이 아닌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어지는 실적 부진에 콜마홀딩스가 직접 경영 쇄신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콜마홀딩스가 발표한 이번 공식 입장은 콜마그룹 내부의 ‘혈연 중심 경영’에 균열이 발생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윤동한 회장의 자녀이자 오너 2세인 윤여원 대표를 향한 신뢰와 애정을 존중하되 상장사 경영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에 콜마홀딩스가 응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입장문은 윤여원 대표를 향한 윤동한 회장의 신뢰가 외부적으로 확인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15일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윤 부회장이 가족경영에 대한 철학과 기존에 합의된 경영 승계 구조에 이견을 표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그룹의 경영 안정성과 그룹의 임직원, 소비자 및 주주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창업주로서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견이 갈등처럼 비친 점은 유감스럽다”며 “이번 사안을 미래를 위한 일시적인 조율의 과정으로 보고 창업주로서 직접 나서 그룹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상현 부회장은 곧바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5년째 이어진 주가 하락을 근거로 윤 회장의 중재를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가 주장한 실적 반등 신호에 대해서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경영 쇄신에 직접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367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62.5% 감소한 수치다. 실제 콜마비앤에이치는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이 후퇴하고 있다.
장기 침체된 주가 흐름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주가는 2020년 7만 원대를 넘겼지만 2025년 5월15일 종가 기준 1만4030원까지 떨어지며 5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과 주가가 모두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기존 경영 체제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
▲ 윤동한 콜마홀딩스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대표이사와의 중재에 나섰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콜마>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4월부터 반등 흐름에 진입했으며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콜마비앤에이치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4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마비앤에이치는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과거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3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세종3공장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고정비 부담도 단계적으로 상쇄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실적 반등 신호와 함께 2025년 경영계획도 함께 내놨다. 실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계획을 통해 주주 신뢰도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024년에는 매출 반등에 성공했으며 2025년에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철저한 원가 및 비용 통제를 기반으로 사업 체질개선과 내실 경영을 통해 이익구조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콜마홀딩스가 이사회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에 본격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가진 실질적 지배자다. 주주총회가 소집될 경우 윤 부회장의 우호세력이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콜마홀딩스는 최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목적은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조치가 외부 전문 인력을 통한 경영 정상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현 부회장은 지난해 콜마홀딩스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그룹 지배력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와 바이오 사업을 중심으로 핵심 자회사 구조를 정비하며 그룹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콜마비앤에이치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실적 부진 대응을 넘어 그룹 전반의 리더십 구도를 재정비하려는 윤 부회장의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콜마홀딩스는 향후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쇄신 방향과 리더십 교체 여부에 따라 추가 입장을 발표하고 후속 인사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콜마홀딩스가 자회사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도 경영 책임을 묻지 않는 모습이 계속될 경우 그룹 전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이번 결단은 향후 지분 구조와 그룹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