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은 AI, 미디어, 콘텐츠, 건강 등 다양한 주제로 사내벤처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이를 신사업으로 연결한다. <롯데홈쇼핑>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홈쇼핑 입사 2년 차였던 한 직원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고민을 하다가 커다란 분홍 곰을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벨리곰’은 170만 팬덤의 글로벌 캐릭터로 성장했다.
‘벨리곰’의 등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롯데홈쇼핑(대표 김재겸)의 사내벤처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롯데홈쇼핑은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제도는 임직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서류 심사, 발표 평가를 거쳐 선발된 팀에 사무공간, 초기자금, 멘토링 등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회는 조직이 만든다”는 철학 아래, 임직원이 직접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뒀다.
◆ 신사업 육성 박차, ‘벨리곰’ 이을 제 2의 성공모델은?
롯데홈쇼핑은 올해 1월에도 AI, 미디어, 콘텐츠, 건강 등 다양한 주제로 사내벤처 아이디어를 모집했고, 지난 22일 양평동 본사에서 사내벤처 사업 계획서 발표회를 진행했다.
서류 심사에서 통과한 5개 팀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2개 팀이 본격적인 사업화 대상으로 선정된다. 선정팀에게는 5월부터 초기자금 3천만 원, 전용 사무공간, 최대 1억 원 규모 후속 지원, 외부 전문가 멘토링까지 제공된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기업 분사(Spin Off)를 통한 지분투자, 사내 독립 기업(CIC, Company-In-Company) 등의 형태로 운영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한 임직원은 80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외식 브랜드를 발굴해 마케팅과 판매를 지원하는 사업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됐다. ‘홈식당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운영하고, 롯데홈쇼핑 공식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까지 멕시코 요리 전문점 ‘베어스타코’, 마파두부 전문점 ‘경몽루’ 등 4개 브랜드와 협업했다.
향후 롯데홈쇼핑 라이브 커머스 ‘엘라이브’로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폐의류를 활용한 섬유 패널로 친환경 도서관을 조성하는 등 ESG 가치 기반의 사업 아이디어도 실제 추진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우 롯데홈쇼핑 신규사업셀장은 “임직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이 되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 제도적, 재정적, 조직적 등 다각도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신사업 아이디어 외에도 조직 내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사내 아이디어 토론제도 ‘테닝(Ten-ing)’을 지난 2023년 도입했다. 직원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관심 있는 동료들과 팀을 꾸려 4시간 동안 자유롭게 토론한 후 실제 사업제안서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직원 주도의 아이디어 발굴과 참여형 문화 확산에 기여하며, 신사업뿐만 아니라 내부 시스템 개선, 서비스 제안 등에 활용되고 있다.
◆ 육아의 불편함을 사업 아이디어로 해결, 롯데그룹 사내벤처 1호 ‘대디포베베’
롯데홈쇼핑 사내벤처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로 ’대디포베베’다. 지난 2016년 롯데그룹 사내벤처 공모전에서 당시 롯데홈쇼핑 직원이었던 전영석 대표가 ‘홀딩밴드형 기저귀’라는 아이디어로 대상을 수상하며 ‘대디포베베’를 설립했다.
‘기저귀를 갈 때 바지를 벗기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아이디어는 홀딩밴드형 기저귀로 발전해 롯데그룹 1호 사내벤처로 독립했다.
‘대디포베베’는 롯데그룹 창업지원 기관인 롯데엑셀러레이터(현 롯데벤처스)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사무공간, 인건비, 멘토링을 지원 받아 성장했다. 대표상품은 바지를 벗기지 않아도 되는 밴드형과 입히기 쉬운 팬티형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저귀다. ‘대디포베베’는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 35억 원을 달성했다. 장원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