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류전민 중국 기후특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대응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맡고 있는 부서까지 폐지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상호관세 문제로 불거진 무역전쟁에 이어 기후대응 협력 체계에서도 양국간 대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된다.
27일 로이터와 프랑스24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무부 조직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내에서 기후외교와 전쟁범죄 대응 등을 전담하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을 폐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대통령 직속으로 기후대응 대외협력을 담당해오던 '기후특사' 직위도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기후특사는 2021년 1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기후변화가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되면서 설치됐다. 현재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여하는 고위 관료직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 기후 관련 회의에서 미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과 협력 관계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대 중국 관계에서 '기후특사 대 기후특사' 관계를 통해 기후대응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존 케리 전 미국 국무 장관이 기후 특사로 임명돼 2023년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와 만나 회담을 가진 뒤 미국과 중국은 '공동 메탄 감축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미국 기후특사는 양국 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과 별개로 기후대응에 한해 협력 채널을 열어두는 상징적 자리인 셈이다.
지난해 케리 전 특사와 셰전화 전 특사가 퇴임한 뒤 자리를 이어받은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와 류전민 중국 기후특사도 이같은 협력 체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실제 포데스타 당시 특사는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차기 정권이 어떻게 방침을 바꾸건 간에 글로벌 기후대응 협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데스타 특사의 임기는 올해 1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로 교체되면서 종료됐고, 국무부가 이번에 개편됨에 따라 후임자도 지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정부 청사 유리문에 국무부 마크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외 협력 체계가 사실상 붕괴하고 국가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지게 되는 결과로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레고리 믹스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공식성명을 통해 "이같은 광범위한 변화는 국무부를 간소화하는 것과 무관하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모든 방면에서 수호하는 우리의 가치 중심적 활동을 포함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사무국이 폐쇄됐다고 해서 반드시 그 조직의 기능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무국이 주력해오던 분야는 더 향상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기후특사 폐지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트럼프 정부의 방침 변경으로 인해 기후협력 분야에서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앞서 류 특사는 지난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와 관련해 "모두가 그들이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를 걱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국제적 다자간 기후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 외교관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국제협력 관계를 무너뜨리려 시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챠오레이 중국 외교부 유럽 방면 부국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그 누구도 국제사회가 정글의 법칙에 의존하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은 지금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23일 직접 나서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에도 글로벌 기후대응 협력을 굳건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집착하면서 국제 규범과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으나 역사는 언제나 우여곡절 속에서 전진해 나간다"며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고 불안정할수록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다자주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