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가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 운영체제 전문업체로 다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블랙베리가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과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만큼 최근 하만 인수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힘을 합칠 가능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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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첸 블랙베리 CEO. |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블랙베리가 캐나다에 600명 정도의 연구인력을 충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랙베리의 현재 직원수가 5천 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로 볼 수 있다. 블랙베리는 캐나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자회사인 QNX를 통해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를 개발하며 미국 포드와 GM 등에 공급해왔다. 블랙베리의 운영체제는 전 세계 6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탑재된다.
이번에 개발되는 기술은 블랙베리가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들이 블랙베리의 전용 운영체제에 자율주행기술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과 인텔, 테슬라와 현대기아차 등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나선 업체들은 독자적인 운영체제 개발에도 나섰지만 블랙베리가 내놓은 완성된 운영체제를 활용하면 기술구현을 더 앞당길 수 있다.
블랙베리가 향후 급성장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운영체제 경쟁력을 앞세워 현재 PC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업체로 떠오를 수 있는 셈이다.
존 첸 블랙베리 CEO는 “블랙베리는 자율주행기술에서 구글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구글이 우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 주력사업이던 스마트폰을 완전히 중단한 뒤 블랙베리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이런 체질개선 노력의 일부다.
블랙베리는 이미 포드와 자율주행차 운영체제 공급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시범운행을 진행하는 등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결정한 뒤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기술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서며 블랙베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나온다.
블랙베리가 최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블랙베리에도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며 “하만과 기존 시너지를 활용해 자동차용 운영체제시장에서 지배력을 더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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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베리의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
하만은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블랙베리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며 2004년 QNX를 인수했다가 2010년 블랙베리에 다시 매각하는 등 오랜 기간 기술협력을 이어왔다.
블랙베리는 “삼성전자와 블랙베리는 잠재적 협력자에 가깝다”며 “삼성전자의 부품기술력에 하만과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합쳐지면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마무리지은 뒤 블랙베리와 협력할 것을 기대하는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전에 블랙베리를 완전히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협력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공산이 크다. 블랙베리가 연구소 설립을 위한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직접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마티 비어드 블랙베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하만과 삼성전자가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은 가능성이 낮다”며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블랙베리의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