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4-16 15: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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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검찰개혁에 미온적이었던 이 예비후보가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대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내면서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15일 공개된 유튜브 알릴레오 대담에서 수사기관 개혁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갈무리>
16일 여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강화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유시민 작가, 김용옥 선생과 진행한 대담에서 검찰 수사권 문제를 두고 “기소하기 위해 수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와 기소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검찰을 ‘공소청’과 ‘수사청’으로 분리해 상호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가 생각하는 검찰개혁 핵심은 ‘권한 분산’과 ‘상호 견제’로 보인다.
이 후보는 “수사 담당 기관과 공소 유지 담당 기관을 분리하고 수사 기관끼리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일각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일치한다. 민주당 검찰개혁TF는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이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앞서 이 후보는 당 대표를 맡는 동안 민주당 일각의 검찰개혁 주장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 왔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아왔고 여러 차례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기에, 이 후보가 검찰개혁을 직접 얘기하면 국민의힘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공격해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 쪽에선 이 후보이 집권하면 검찰을 통한 '정치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이 후보를 겨냥해 “(이 후보가) 국가 권력을 완전히 손에 쥔다면 독선과 보복의 칼을 잔인하게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분열과 내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듯 이 후보는 당 대표였던 지난 2월말 SBS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의사의 칼이 되기도 하고 강도의 흉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며 “검찰 일부 특수부 라인 등에 문제가 있으니 그 문제를 교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수사기관 구도를 재설정하기보다는 검찰 내부 개선을 고려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검찰을 향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만큼 이 후보가 검찰개혁을 다시 주장하기 쉬워진 상황으로 여겨진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구속취소 관련돼 검찰이 즉시항고를 안 하는 것을 보고 이 조직은 조직을 포기해서라도 누군가를 지키려고 한다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이 후보는 공수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검사가 2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금은 공수처에 검사가 너무 없다"며 “공수처를 대폭 강화하고 국가수사본부도 그 독립성과 역량을 강화해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검찰개혁 방안은 대선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다른 대선주자들과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가 내란 수괴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강성 보수층 사이에서는 공수처를 향한 반감은 매우 높아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나경원,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모두 ‘공수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에 출마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하게 공수처 강화 방침을 두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한편 이 후보는 검찰을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집권 뒤 행동으로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에 검찰 특수부를 활용하면서 검찰개혁에 미진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검찰 수뇌부에 말 잘 듣는 칼잡이(검사)를 꽂아서 야당을 도륙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유시민 작가의 물음에 “그럼 우리도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