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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체제 5년, 흔들리는 대학 경쟁력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12-19 15: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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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가 법인으로 전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 경쟁력은 떨어졌고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도 낮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법인 전환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인 성낙인 총장의 낙하산 논란까지 일어나며 내홍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11년 12월 논란 끝에 법인으로 출범했다.

◆ 모호한 서울대 법인체제, 5년 만에 법 개정 추진

19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는 서울대 법인화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울대 법인화법 개정안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인체제 5년, 흔들리는 대학 경쟁력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 법인화법 개정안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대표발의한 것으로 서울대를 공공기관에서 배제하고 국세나 지방세 등 납세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 법안이 나온 이유는 서울대와 지자체의 갈등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받은 법인 자산을 놓고 지자체는 세금을 부과했고 서울대는 이를 부과하지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수원캠퍼스, 평창그린바이오연구단지 등 2조6천억 원 규모의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양도받았다. 수원시는 서울대의 부동산 무상양수는 재산취득이라며 지난해 취득세와 재산세 30억여 원을 부과했다.

강원도 역시 올해 30억여 원의 지방세를 부과했고 연건캠퍼스가 있는 종로구도 과세조사에 나섰다. 서울대의 부동산 지방세 추징액은 법인화 이후 354억 원이며 매년 23억 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예산의 절반이 정부 출연금인데 세금으로 내는 것은 과세원칙과 법인화 취지에 어긋난다”며 “정부와 국회가 서울대를 법인화할 때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의 독립성을 축소하려는 법안도 나오고 있어 서울대의 불안한 입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17일 국유재산을 서울대에 넘길 때 지자체장과 협의하도록 하고 지방세 면세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서울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서울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우선 받게돼 매년 외부평가를 받아 예산액이 정해지게 된다. 이 경우 법인화 자체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 법인화 5년 동안 재정 악화, 방만 운영 논란

서울대학교는 2011년 12월2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인등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의견수렴 없는 졸속 추진이라며 학생들이 본관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교수협의회의 조사에서 교수의 80%가 법인화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서울대학교는 법인전환 5년 동안 방만운영과 경쟁력 하락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대는 법인전환으로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지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316억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68억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국회에서 내년도 서울대 정부출연금을 삭감해 내년 재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가 계속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내년 서울대 정부출연금을 21억 원 삭감한 4530억 원으로 결정했다.

독립 재정권을 보유하게 됐지만 서울대 전체수입에서 여전히 정부출연금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원규모의 축소기조가 이어질 경우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올해 감사원 감사 결과 32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대는 매년 수십억 원씩 규정에 없는 교육·연구비나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했고 단과대와 부설기관은 수백억 원대 수입을 회계처리하지 않아 방만한 운영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는 새 서울대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하다 못해 뒷걸음질쳤다. 2012년 타임스 세계 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59위에 올랐는데 2013년 44위까지 오른뒤 2015년 85위까지 곤두박질했다. 올해 순위는 72위에 그쳤다.

◆ 학교-교수-학생 관계 악화일로, 화합 가능할까

서울대는 법인화 과정에서 구성원간 소통에 실패하고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5년이 지난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법인체제에 균열이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울대 법인체제 5년, 흔들리는 대학 경쟁력  
▲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지 벌써 70일을 넘겼다.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법인화 반대 점거농성 이후 5년 만인데 당시 농성이 한 달여 만에 끝났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길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성낙인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성 총장은 최근 총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애초에 첫 간선제 총장으로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시흥캠퍼스가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서울대 전 총장들이 중재를 시도했다. 서울대 전 총장들이 학내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 역시 법인화 추진 이후 처음이다.

선우중호 명지대 석좌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장무 카이스트 이사장,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등은 호소문을 통해 “학생 대표들과 더욱 긴밀한 대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며 “시흥캠퍼스와 관련해 신뢰를 기반으로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생 사이의 관계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법인체제에서 서울대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는 이사회와 교수사회의 갈등도 심각하다.

교수들 사이에서 정부 입김이 짙게 서린 이사회의 전횡이 심각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사회가 교수들의 이사 선임제도 개선요구, 총장 선출 제도 요구 등을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 단체인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는 10월 열린 서울대 개교 70주년 행사에 불참했다.

이 밖에 비정규직 문제, 시간강사 문제 등 법인화 이후 학교와 구성원들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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