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두산밥캣이 미국의 인프라투자 확대정책에 힘입어 실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증권가는 분석하지만 시장은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박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두산밥캣은 북미지역의 주택공급과 인프라투자의 확대로 미니굴삭기 등의 판매가 늘어나 내년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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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공약했다. 낙후된 도심을 재정비하고 고속도로와 터널, 공항, 다리, 학교, 병원 등을 건설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공약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교통재정비법 등에 따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305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건축을 제외한 인프라부문의 성장세가 2017~2010년에 4~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산밥캣이 주력하고 있는 굴삭기시장의 규모는 내년에 인프라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보다 4.2% 증가한 6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과 비교해 시장규모가 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두산밥캣은 내년에 미국에서 미니굴삭기 등의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지배력을 높여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두산밥캣 주가의 흐름은 증권가의 이런 전망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 주가는 13일 전일보다 1050원(2.83%) 떨어진 3만6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산밥캣 주가는 11월18일 코스피에 처음 입성한 뒤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큰 변화 없이 3만3천~3만7천 원대를 맴돌고 있다.
두산밥캣이 트럼프 효과에 힘입어 실적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장밋빛’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정책의 실질적 수혜를 보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이 주력하는 제품이 인프라투자 확대와는 큰 관련성이 없어 수혜에서 빗겨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두산밥캣은 2015년에 소형건설장비를 통해 전체 매출의 75%를 냈다. 미니굴삭기와 콤팩트트랙로더(CTL, 소형 적재장비)에 매출의 대부분을 기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프라투자는 노후된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쪽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소형건설장비보다 중대형건설장비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두산밥캣이 예상보다 큰 이익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밥캣은 상장을 추진할 때부터 난항을 겪었다.
두산그룹은 10월 초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희망공모가인 4만1천~5만 원을 밑도는 가격에 수요가 몰리면서 상장일정을 연기했다.
두산그룹은 재상장을 추진하며 기존보다 최대 40% 가격을 낮춘 3만 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경쟁률이 0.29대 1에 그치며 약 400만 주의 실권주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