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멘트 매각이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대책을 내놨는데 그 결과 주택경기가 위축될 경우 시멘트기업들이 실적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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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환 현대시멘트 사장. |
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과 삼일회계법인이 14일 현대시멘트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애초에 현대시멘트 매각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경기가 최근 2~3년 호황을 탄 덕에 시멘트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시멘트업계 실적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멘트업계가 앞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각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철도노조가 지난 9월 말부터 72일 동안 파업을 지속한 결과 시멘트 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철도파업 장기화로 시멘트업계가 약 712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다. 정부는 11월에만 부동산과 관련한 대책 2개를 발표했다.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통해 그동안 시장이 과열된 원인으로 지적돼온 아파트 전매권 거래를 금지했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예상보다 강한 대책을 발표한 탓에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전문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현저히 둔화됐다. 재건축아파트 시세는 6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시멘트기업들은 앞으로 실적에서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주택공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경우 시멘트업계는 전방산업의 둔화로 외형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시멘트 인수후보로 꼽히던 한앤컴퍼니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파인트리자산운용 등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인수합병업계에서 나온다.
매각가격도 현대시멘트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시멘트 매각가격은 현재 약 5천억~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인수후보자로 거명되는 사모펀드들이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지출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금동원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시멘트는 시멘트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매물로서 여러 인수후보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쟁입찰구도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상위 7개 기업이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과점시장으로 쌍용양회가 20%대 점유율로 1위이고 나머지 6개 기업이 10%대 점유율로 나눠 차지하고 있다. 누구든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기만 하면 단숨에 시멘트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올해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모두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갔다. 쌍용양회는 1월에 한앤컴퍼니에 인수됐고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3월에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