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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철강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곳곳에서 파열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11-27 11: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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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업, 철강업, 석유화학업 구조조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월 말 철강업과 석유화학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10월 말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운업 구조조정은 대한해운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역시 실질적 구조조정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의 국적선사 계획, 시작부터 삐끗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대한해운 모두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어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해운 철강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곳곳에서 파열음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한진해운은 9월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알짜자산을 모두 매각하는 등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의 회생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국내 1위였던 예전의 경쟁력을 되찾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국내 1위로 키우겠다고 했던 현대상선의 앞날 역시 밝지만은 않다. 해운동맹 ‘2M’ 가입 여부가 불확실한데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인수전에서도 대한해운에 밀렸다.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국적선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시작부터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대한해운이 컨테이너사업을 통해 현대상선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해운사로 성장한다 해도 영업망과 노하우 등이 필요한 컨테이너사업을 고려할 때 이른 시일 안에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현대상선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기도 한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인수전에서 선택자산이었던 롱비치터미널에 대해 인수희망가로 1달러만 써냈다는 말도 돌았다.

이를 두고 현대상선이 아직 해운업황이 불투명해 외형 확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정부의 강요에 못이겨 입찰에 참여하는 모양새만 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의 탠후아주 연구원은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살린 정부의 판단을 “정치적 실수이자 고집이 경제적 상식을 압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한진해운 문제를 처리한 방식이 ‘구조조정의 반면교사’가 됐다”며 “다른 정부와 채무자들이 한진해운 사태를 보고 단기적으로 청산결정을 내리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 철강업, 석유화학업 구조조정 미적지근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구조조정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의 경우 철강업계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생색내기식의 구조조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 철강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곳곳에서 파열음  
▲ 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나란히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을 신청해 승인받았지만 실제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후판과 강관제품을 대표적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하고 업계의 자율적 생산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이번에 승인받은 것은 단강 제조설비 매각 건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후판공장 매각 건을 승인받았지만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던 설비이기 때문에 후판 공급량에 실질적 변화는 없다.

두 회사가 생산감축 의지도 없으면서 정부의 입김 탓에 구조조정에 나서는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9월 말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모두에 공급과잉 품목의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품목 개발에 집중하라는 밑그림을 내놨다.

고부가가치 품목을 개발하라는 의견에는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모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과잉 품목을 누가, 얼마만큼 줄이느냐 하는 점에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장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후판 생산설비 감축을 두고 서로 눈치만 보면서 구체적인 감축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을 들여 세운 생산공장을 누가 줄이려 들겠느냐”며 “지금 다른 곳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정부로부터 생산량을 감소하라고 권고받은 품목의 생산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 미지수다. 정부가 공급과잉 품목으로 진단한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폴리염화비닐(PVC)의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모두 별다른 생산감축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나서 구조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주형환 장관은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눌언민행’을 말하며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권오준 회장은 “고급 후판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후판의 실제 생산능력을 조정할 것”이라며 “조선산업과 비조선산업의 수요를 보며 후판 1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에 앞서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후판공장 문을 당장 닫아야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후판 생산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했으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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