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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8-16 09: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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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나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왼쪽)과 김동현 코웨이 사장(오른쪽)

코웨이가 2조 원 규모인 국내 정수기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45%에 이른다.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와 비교하면 34%포인트나 앞선다. 업계는 올해 들어 격차가 덜 벌어져 코웨이가 55%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본다.

실적도 업계 최고수준이다.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4948억 원과 영업이익 898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이률이 거의 20%에 육박한다.

코웨이는 상반기 실적만 놓고 봐도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의 지난해 전체 실적보다 앞선다. 영업이익의 경우 거의 12배 정도 더 많다.

코웨이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정수기사업을 하기 위해 1989년 설립한 웅진코웨이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100여 개가 넘는 경쟁사들이 코웨이의 벽을 넘으려고 도전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2012년 코웨이를 매각하기 전까지 23년 동안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윤 회장이 오늘의 코웨이의 기반을 닦았다면 지난해 5월부터 코웨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현 사장은 코웨이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1월 웅진그룹에서 벗어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주인이 바뀌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코웨이는 2012년보다 영업이익이 47%나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코웨이가 주인이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데도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 김 사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코웨이 새 선장 김동현, 해약률을 더 낮추다

김동현 사장은 조직을 잘 추스르고 코웨이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웅진코웨이 시절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김 사장은 주인이 MBK파트너스로 바뀐 뒤 지난해 1월 CFO로 복귀했다. 이어 그해 5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코웨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며 수익성 잡기에 주력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0.88%라는 역대 최저의 해약률을 기록했다. 2012년에 비해 0.1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코웨이의 경우 해약율을 0.1% 낮추면 고객 4천여 명을 새로 확보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해약률을 낮추려면 영업 마케팅부터 품질, 애프터서비스까지 전 과정에서 좋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렌탈업계는 해약율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업활동도 성공적이었다. 코웨이는 지난해에만 19만3천여 렌탈계정을 새로 확보했다. 당초 계획인 15만6천여 계정을 23%나 초과한 실적이다. 총 누적계정은 587만 계정에 달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나  
▲ 김동현 코웨이 사장

◆ 김동현, 미래 성장의 과제를 안다


김 사장이 지난 1년 동안 코웨이를 잘 이끌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있다.

코웨이의 가장 큰 고민은 경쟁업체들과 벌이고 있는 ‘정수기 특허소송전’이다.

코웨이는 두 개의 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11월 동양매직이 코웨이의 정수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 5월 법원은 동양매직의 손을 들어줬다. 더욱이 코웨이는 지난 4월 청호나이스로부터 얼음정수기 기술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코웨이가 업계 1위를 지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과제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가 인수한 뒤 배당성향은 올라가고 연구개발비 비중은 떨어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코웨이는 연구개발비로 274억 원을 썼다.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여전히 업계 1위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액과 비교하면 2007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코웨이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냈지만 매출액의 1.29%에 불과한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반면 배당성향은 올랐다. 코웨이는 지난해 보유주식 기준 주당 1660원을 배당해 49%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웅진코웨이의 1주당 배당금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050원으로 동일했다. 이 기간에 배당성향은 45%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주인이 되면서 단기성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연구개발비 비중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라며 “성장동력의 핵심인 연구개발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측은 “기업이 성장동력이 없으면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며 “성장동력을 놓고 늘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물 맛 지키기, 41개국 2176개 수질 데이터

코웨이는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한 비결로 지속적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다.

이선용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장은 “코웨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물을 연구해 방대한 자료를 구축한 상태”라며 “덕분에 최고수준의 물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코웨이의 ‘물 맛’을 담당하는 곳은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연구공원에 있는 ‘코웨이 R&D센터’다. 2008년 설립된 코웨이 R&D센터는 국내 환경기술종합연구소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 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국제수질협회로부터 공식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코웨이는 연구인력 확보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코웨이 R&D센터에는 모두 25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14명은 미국수질협회가 공인한 물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선용 연구소장은 국내 최고의 물 전문가로 불린다. 이 소장은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 국립위생협회로부터 규격심의위원에 선정됐다. 이 소장은 정수기의 규격을 제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

코웨이는 전 세계의 물을 모두 연구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워터맵 프로젝트’다. 코웨이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모든 물에 대처하기 위해 1999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수질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까지 뉴질랜드와 태국, 스위스 등 전 세계 41개 나라에서 총 2176개의 수질 데이터를 모았다. 이를 토대로 모든 물에 맞는 정수기와 필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코웨이의 계획이다.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나  
▲ 코웨이의 '코디(Cody)'는 지난 2008년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코웨이>

◆ 1만3천 명의 코디를 만든 윤석금


코웨이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방문판매 조직인 ‘코디(Cody)’다. 코웨이의 주요 판매채널이 방문판매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디는 사실상 코웨이 영업력의 전부라고 할 정도다.

코디는 ‘코웨이 레이디(Coway + Lady)’의 준말로 코웨이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사전방문 서비스다. 코웨이는 코디를 통해 정수기 판매뿐 아니라 정기점검과 필터교환 등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디는 규모에서 다른 경쟁사들의 방문판매 조직을 압도한다. 1998년 80명이었던 코디는 현재 1만3천여 명으로 늘었다. 정수기 업계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청호나이스와 동양매직, 교원의 방문판매 조직을 모두 합쳐도 코디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코디는 코웨이가 지난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게 한 일등공신이다. 김종배 코웨이 부사장은 “코웨이가 고객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코디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코디는 정수기 렌탈사업 성공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윤석금 회장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윤 회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정수기 렌탈사업이 성공하려면 고객만족을 우선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던진 승부수가 사전방문 서비스였다.

윤 회장은 방문판매 사원이 정기적으로 고객을 방문해 관리를 해준다면 정수기를 반품하는 고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다.

윤 회장이 코디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강조한 것은 수질관리 강화였다. 그는 코디를 통해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수질검사와 필터교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길 원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코디 대부분을 여성으로 채용하는 것도 윤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윤 회장은 주로 주부사원을 선호했다. 이는 윤 회장이 과거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이던 시절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윤 회장은 “코디와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주부”라며 “같은 주부의 시각에서 정수기를 꼼꼼하게 관리해줄 경우 고객들은 크게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나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윤석금, 렌탈사업으로 위기를 기회로


“정수기 빌려 줍니다.”

코웨이는 1998년 4월 신문에 이런 정수기 렌탈 광고를 냈다. 이 한 편의 신문광고에서 25년 연속 정수기시장 1위 코웨이의 신화가 시작됐다.

코웨이는 1997년 터진 외환위기로 설립된 지 불과 8년 만에 큰 위기에 직면했다.

그해 코웨이는 330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1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기업이 됐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당시 대당 100만 원을 호가하던 정수기를 사겠다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윤석금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렌탈이었다. 윤 회장은 “어차피 팔리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빌려주는 것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코웨이의 정수기 렌털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코웨이가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했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윤 회장은 월 2만6천 원이라는 공격적 가격을 제시했는데 연구원들은 그 가격으로 원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정수기 업계 라이벌이던 청호나이스는 방문판매조직의 판매수수료만 줄인다며 렌탈사업을 미루던 상태였다.

하지만 윤 회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정수기 물을 마실 수 있다면 불황에도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원가문제도 정수기에 필요한 핵심기능만 넣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 회장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코웨이는 합리적 가격을 앞세워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정수기 구입을 주저했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코웨이는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한지 1년 만에 10만 대의 렌탈 정수기를 팔았다.

렌탈사업은 위기에 빠진 코웨이를 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렌탈사업을 시작한 1998년 코웨이는 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단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이듬해에 6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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