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가 최근 임성기 창업주의 신념을 언급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의미가 적지 않다.
박 대표는 2일 한미약품 창립 51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약 개발과 제약 강국을 향한 신념과 철학을 결코 잊지 말자”라며 “이 철학과 신념이 있었기에 한미약품이 지금 모습으로 커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초심을 지켜야 더욱 역동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연구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현재 경영권 분쟁의 명분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와 기술이전 계약에서 받은 계약금은 여전히 역대 최대 수준의 계약금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경영을 이끌던 시절인 2022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현재는 송영숙 회장뿐 아니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3자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3자연합이 한미약품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하겠다며 이를 상징하는 인물로 박 대표를 내세워놓고 있는 것인데 박 대표가 한미약품의 근본인 연구개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경영권 분쟁의 다른 쪽에 약점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해 현재 한미약품의 국내사업과 제조본부, 신제품개발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2차 경영권 분쟁의 쟁점인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 대표는 9월28일 한미약품그룹 인트라넷에 한미약품의 경영관리본부 내부에 인사팀과 법무팀, 인사그룹 등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임원을 승진 및 위촉하는 인사를 본인 명의로 냈지만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이를 놓고 항명이라고 주장하며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켰다.
현재 한미약품에서는 박 대표를 사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를 전무라고 부르고 있다.
증권가는 한미약품의 경쟁력과 관련해 염려하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속되는 경영권 갈등 속에 연구개발 성과마저 나타나지 않으면 실적으로 평가 받는 중소제약사로 기업가치가 수렴할 수 있어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며 한미약품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상대적수익률(OUTPERFORM)로, 목표주가도 기존 40만 원에서 37만 원으로 모두 낮췄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