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024년 9월27일 이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타워에 들어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한미사이언스 지주사 대표서 물러나
송영숙이 경영권 분쟁 당시 제시한 전문경영인 체제 구성을 위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는 2025년 3월26일 공시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송영숙에서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경영 총괄 부회장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송영숙은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송영숙은 2024년 5월14일 경영권 분쟁 초기 지분 경쟁에서 두 아들
임종윤·임종훈 형제들에게 밀리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2025년 2월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1개월여 만에 사임했다.
이는 송영숙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을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만큼 이를 실행하기 위한 행보로 읽혔다.
송영숙은 앞서 2024년 7월8일 입장문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입장문에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약품그룹은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영숙이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은 것은 2020년 남편이자 창업주인
임성기 명예회장이 작고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온지 약 4년6개월 만이었다.
다만 송영숙은 그룹 회장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는 역할은 이어가기로 했다.
△경영권 분쟁에도 2024년 역대 최대 매출 거둬, 성장은 주춤
한미약품이 기술료 수익 감소에도 주요 제품의 매출성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1조4955억 원, 영업이익 2162억 원을 거뒀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0.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35억 원으로 13.2% 감소했다.
경영권 분쟁에도 일단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은 새로 쓴 셈이 됐다.
한미약품은 “의료 파업 장기화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부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개량·복합신약 판매 호조로 10% 중반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사업회사별 매출은 한미약품 1조1141억 원, 북경한미약품 3856억 원, 한미정밀화학 1089억 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경영권 분쟁 탓에 성장은 주춤한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2021년 매출 1조2032억 원을 내며 전년보다 매출이 11.84% 증가했다. 2022년 10.67% 늘어난 1조3315억 원, 2023년 11.97% 증가한 1조49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 수준에서 성장세를 보였는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던 2024년에는 성장률이 0.3%로 주저앉았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재점화
송영숙이 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함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설득하며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송영숙과 임주현 부회장은 신동국 회장과 2024년 7월 의결권 공동 행사약정을 체결했다.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과 임주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총 6.5%, 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신 회장은 2024년 1월 처음으로 한미사이언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정기 주주총회 당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을 지지했지만 3개월 만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쪽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송영숙·임주현 모녀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당시 기준으로 48.19%까지 확대됐다. 반면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지분은 29.07%로 감소하며 지분에서 두 모녀가 다시 앞서나가게 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형제들이 경영권 지분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이 과정에서 형제들이 자신과 상의 없이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매각 대상으로 편입해 놓았다는 의혹이 번지면서 모녀 측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회장이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에 자리를 바꿔선데다 ‘백기사’로 사모펀드 라데팡스까지 합류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두 모녀는 승기를 잡았다.
라데팡스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됐던 OCI그룹과 통합을 주도했던 사모펀드 운용사로 2024년 11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취득하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해 ‘4자 연합’을 구성했다.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2024년 11월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4자 연합이 추천한 신동국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도 형제측 인물 5명, 4자 연합측 인물 5명으로 동수를 이루게 됐다.
다만 4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구성원 확대 등의 정관 변경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기존 형제측이 우세했던 이사회 구성이 양측 동수를 이루게 되면서 률을 이루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4자 연합 측이 유리한 지점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후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이었던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의 지분 5%(341만9578주)를 4자 연합이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임종윤 회장에 이어 임종훈 사내이사도 2025년 2월 672억 원어치인 2.81%의 지분을 매각했다.
같은 달 24일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지주사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영권 분쟁 발발
경영권 분쟁은 송영숙이 내놓은 OCI그룹과의 통합계획에 장남인
임종윤 회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반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송영숙과 딸 임주현 부회장은 상속세 문제 해소를 위해 OCI그룹과 통합 의지를 내비쳤는데 형제들이 이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네 사람의 사이는 모녀와 형제 둘둘간의 분쟁으로 이어젔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2024년 3월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들은 투자 유치를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 임상대행 등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5년 안에 순이익 1조 원, 시가총액 50조 원 티어 진입, 장기적으로는 시가총액 200조 원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송영숙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가 우세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형제들과 달리 모녀가 직접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현재 경영진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24년 3월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기존 예상을 깨고 형제들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며 OCI그룹과 통합을 무산시켰다.
형제들이 개인 최대주주였던 신동국 회장뿐 아니라 친인척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결과를 뒤집었다.
송영숙은 1차 경영권 분쟁으로 여겨지는 당시 정기 주총 표대결에 밀리면서 2024년 5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가운데)이 2021년 6월30일 임성기재단 설립 주요발기인, 이사회 임원들과 재단 공식 출범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
△OCI그룹과 통합 제시
송영숙이 상속세 해결안으로 OCI그룹과 통합안을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는 2024년 1월12일 각사 이사회 결의를 통해 그룹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받는다.
합의계약은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되는 것을 뼈대로 했다.
당시 한미약품그룹은 해외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자금확보 차원이라고 대외적으로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OCI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임성기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모두 약 55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당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2021년부터 2026년 3월까지 매년 6회에 걸쳐 연부연납 방식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상속세 규모가 큰 탓에 시장에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오너일가의 오버행(잠제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룹 회장 맡으며 경영전면에
송영숙은 2002년부터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2017년부터 한미약품 고문을 겸했다.
남편
임성기 전 한미약품 회장은 1940년 3월1일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종로에 ‘
임성기약국’을 열었고 ‘
임성기제약’ 설립한 다음 ‘한미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 8월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미약품그룹이
임성기 전 회장의 후임으로 아내인 송영숙을 추대하면서 2세 경영체제의 가동을 뒤로 미룬 데는 한미약품그룹이 오너일가가 함께 기업을 경영하는 가족 공동경영체제로 운영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한미약품이 걸어온 길
1966년
임성기 전 한미약품 회장이 서울 종로에 ‘
임성기약국’을 열었고 ‘
임성기제약’ 설립했다.
1973년 ‘한미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피임약, 해열제, 항암제 등 완제의약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0년 3월 한미홀딩스와 한미약품으로 인적분할해 7월 그룹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했다.
2012년 3월 한미홀딩스는 주총를 통해 회사이름을 한미홀딩스에서 한미사이언스로의 변경안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