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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방어벽도 함께 쳐놓았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기금의 모금은 경제를 위한 '선의'로 추진한 일인데 최순실씨 개인이 그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안종범 전 정책조성수석이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검찰이 과연 이 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박근혜, 검찰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했나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설립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선의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사실상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르와 K스포츠 기금모금에 개입한 사실은 인정하되 그 동기는 국가경제를 위한 것으로 범죄와 무관하다고 벽을 친 셈이다. 또 모금과정에서 빚어진 강압적 '범죄'는 최순실 개인의 비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설립 과정과 무관하다고 '항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간담회를 열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나서 도와줘야 한다”며 “재단 형태를 만들어 민관 합동으로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이 오찬간담회 이후 대기업 총수들과 따로 만났다는 자료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해명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전체적인 틀에서 동일하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미르와 K스포츠 재단기금 모금을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이 물러나기 전에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등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기금 모금 과정에 대해 말을 맞췄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순실씨도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틀 안에서 진술하며 일부 범죄혐의를 놓고는 개인적 일로 감당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
◆ 검찰, 박근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까
앞으로 초점은 검찰수사가 과연 박 대통령이 쳐놓은 틀 안에서 머물 것인지 하는 점이다. 검찰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검찰수사가 이 틀 안에서 머물 경우 검찰은 또다시 '정권의 보호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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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남 검찰총장. |
더욱이 박 대통령도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야권도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특검으로 넘어가고 특검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경우 검찰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검찰이 대통령과 관련한 직간접적 조사에서 면죄부를 줘 비난을 받는 사례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주가조작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BBK주가조작사건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무혐의를 처분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BBK특검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당선인 신분으로 2008년 2월 특검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현재 형편이 이 전 대통령과 달라 검찰수사가 예전과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제 지는 해라는 것이다. 검찰이 부실수사의 기록을 남겼을 경우 박 대통령 퇴임 후 이번 사태가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면 검찰은 자칫 두번 죽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사태를 놓고 국민적 공분이 크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결과를 시민들이 반박하는 양상을 보이고 언론들이 검찰수사를 반박하는 증거자료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검찰수사가 이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