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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2018년까지 직영인력을 현재의 6만2천 명에서 4만2천 명으로 줄인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데 불황기에 인력을 지나치게 줄이면 호황기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 인력감축,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년 안에 대형 조선3사 전체인력의 32%를 줄이기로 하면서 연구개발과 설계, 기획 등에서 핵심인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나면 다시 인력 면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앞으로 단순 생산이 아닌 설계와 기획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유능한 인력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핵심인력이 대거 유출됐던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과거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과 설비를 큰 폭으로 줄였다. 일본 조선업 종사자는 1970년대 중반 27만여 명에서 1988년 8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현재는 5만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설계인력도 대규모로 줄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1위였던 일본의 조선업이 무너진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인력을 대거 내보낸 탓”이라며 “지금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던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경우 중국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3사에서 설계, 연구개발, 생산관리 등 핵심업무를 담당했던 퇴직자는 1091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1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정년퇴직한 인원은 100여 명에 그쳤으며 90% 이상이 정년 이외의 사유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 젊은층들, 조선 관련 전공 기피 현상도
국내 조선사들이 앞으로 핵심인력을 충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사에서 잇달아 인력감축이 진행되면서 조선학과 진학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조선 관련 학과에 지원한 학생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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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건조중인 현대중공업 도크.<뉴시스> |
201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한국해양대 조선기자재공학전공의 경쟁률은 지난해 24.5대 1에서 올해 4.3대 1로 급감했다. 같은 대학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는 13.3대 1에서 6대 1로 떨어졌고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13.9대 1에서 9.1대 1로 경쟁률이 하락했다.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도 8.8대 1에서 2.9대 1로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정시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조선 관련 학과들이 대학의 구조조정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과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학과가 모두 사라졌다. 일본에서 가장 명문으로 꼽히는 도쿄대학교도 1999년 조선학과를 폐지했다.
기술직도 마찬가지다. 조선업계가 숙련된 기술인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선업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사람의 손을 거쳐 각각의 블록을 조립한 뒤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인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조선소들이 모여 있는 경남지역의 마이스터고 조선 관련 학과의 경쟁률은 올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거제공고 조선기계과와 조선전기과는 모두 160명을 뽑는데 정원을 가까스로 넘긴 166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특히 조선기계과는 사실상 처음으로 미달을 기록했다.
조선산업과와 항공기계과를 통합해 뽑는 삼천포공고의 경쟁률도 1.11대 1에 그쳤다.
국내 8개 조선사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정부의 발표가 이뤄진 10월31일 성명을 내고 “무차별적인 인력 감축계획을 정부가 승인한 것도 모자라 정부가 나서서 조선 노동자들을 해고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는 조선업 노동자들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