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7-29 15:15:19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자신이 보유한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방법으로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제 해결 가능성을 놓고는 회의적 시선이 우세하다.
큐텐그룹 산하 계열사들 대부분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사진)가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그 가능성을 놓고 의구심이 걷히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사태를 수습한다고 가정해도 소비자 신뢰가 추락한 플랫폼을 통해 재기를 노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와 싱가포르기업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통해 큐텐그룹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물론 큐텐그룹의 구심점인 큐텐까지 모두 재무구조가 부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계열사의 누적 손실액을 살펴보면 큐텐은 2021년까지 4억1814만 싱가포르달러(약 4315억 원), 큐익스프레스는 2022년까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 티몬은 2022년까지 1조2644억 원, 위메프는 2023년까지 7559억 원을 기록했다.
큐텐그룹의 주요 계열사 4곳이 기록한 누적 손실 금액이 2조5천억 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의 재무 현황이 과거 기준인데다 티몬 역시 2023년도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들이 기록하고 있는 누적 손실 금액은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큐텐그룹 계열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해보면 현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구 전 대표의 사재출연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 대표 역시 29일 입장문을 통해 본인이 보유한 큐텐 지분을 시장에 내놓거나 담보를 설정해 돈을 빌리는 식으로 현재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필요하다면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큐텐그룹 계열사가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외부 투자자들이 자금을 선뜻 내어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큐텐 지분의 활용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큐텐 지분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현재 큐텐그룹의 재무상태와 시장 신뢰도를 고려해보면 지분가치는 이미 크게 하락한 상태다. 매각이 진행된다 해도 매각금액이 기대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담보설정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보인다.
큐텐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해도 해당 금액이 소비자들이 본 피해 규모에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구 대표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할 때 이미 큐텐 지분을 담보로 현금을 융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재 출연의 가능성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 전 대표는 과거 그가 창업한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7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큐텐을 창업하면서 대부분의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자금이 현재 운용 가능한 현금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구 대표도 입장문에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이 큐텐 지분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소비자들은 구 대표가 아직 티몬·위메프 사태의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점에서 구 대표의 입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구 전 대표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고객 피해 규모를 여행상품 중심으로 500억 원 안팎이라고 추산했다. 정부가 추산한 2천억 원대와 괴리가 크다. 큐텐이 피해 규모를 지나치게 축소했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8월 초에 판매자들에 대한 6~7월 정산금 지급기일이 도래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큐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늘어나기만 하는 피해 금액을 모두 조달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구 대표가 만의 하나 사태를 해결한다하더라도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가 정상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따라나오고 있다.
티몬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불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큐텐그룹 계열사의 플랫폼을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보다 티몬과 위메프 등과 거래하는 금액이 큰 판매자 입장에서는 더욱 해당 플랫폼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로 큐텐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의 재무 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앞으로 이 플랫폼들과 거래하면 돈을 언제 떼일지 모르는 리스크를 항상 감수해야 하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 티몬·위메프의 정산주기는 40일에서 70일 사이다. 네이버·옥션·11번가 등이 구매확정일 기준 일주일 내로 정산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판매자들은 6,7월 판매분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피해규모는 한 사람 당 수 억 원에서 수십억 원 대로 알려졌다.
▲ 28일 오후 티몬·위메프 모회사인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큐텐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빠른 환불과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 사태에 피해를 본 판매자나 소비자들은 해당 플랫폼들이 긴 정산주기를 활용해 판매 대금을 다른 곳에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구매자들이 쿠팡과 네이버 등 비교적 재무 구조가 탄탄한 플랫폼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모두 이런 배경들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티몬·위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구 대표가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큐텐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 점을 꼽고 있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와 티몬·위메프는 별도의 법인이며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구 전 대표 주장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떨어진다. 구 전 대표는 큐텐 지분 42.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동시에 큐익스프레스 지분 29.4%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구 대표는 최근까지 큐텐그룹을 통해 큐익스프레스 등에 전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큐텐그룹의 열악한 재무상황에도 불구하고 2월 약 1억7300만 달러(약 2400억 원)을 들여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 구 대표가 큐텐그룹의 계열사 티몬·위메프의 정산금을 위시 인수 자금이나 큐익스프레스의 규모확장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