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만 일던 기준금리 인하가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은 9월 미국 연준, 10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것은 각각 2020년 3월과 2020년 5월이 마지막이다. 약 4년 만에 이뤄지는 금리 인하는 금융시장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국내외 정책당국, 시장, 업계의 분위기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내 경제가 수출 개선 흐름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저성장을 인정하고 경기침체를 경계하는 통화당국의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국내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서면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분기 GDP는 1분기와 비교해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소비(-02%)와 투자(-1.3%)가 모두 감소했고 특히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건설과 설비, 지식재생산 투자가 모두 줄었다.
민간소비 둔화는 서비스업 고용 위축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과거 금리 상승기와 비교하더라도 가파른 편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자영업 연체율은 1.5%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게다가 종합건설업의 부도 및 폐업 신고 건수와 회생신청 건수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에 건설투자의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 부진이 하반기에도 지속되면서 연간 국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2.5%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소비를 제약했던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다소 완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하반기에 내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 내수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고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이 여전히 미약한 상황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경기침체에 대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풀면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은행의 딜레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주택 구매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 국내 내수 부진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하반기에도 반등하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이날 이 총재는 “향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수 부진과 취약부문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대시키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 개선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만큼 내수 진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는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마냥 수출에만 국내경제를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따져가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현재의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금리 인하 때 나타날 수 있는 성장·금융안정 간의 상충관계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인하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