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탈당요구는 임기가 아직 1년 4개월가량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인데 예상보다 빨리 권력누수(레임덕)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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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와 정부의 대규모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이 대통령의 최소한의 도리”라며 “대통령 스스로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5일에도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한 담화였다”며 “대통령이 국정현안을 최순실에게 미리 알렸다는 것은 범법행위를 넘어 그야말로 국가 파괴사태”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대통령의 탈당이 결국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결국은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조속한 특검수사와 함께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사퇴도 촉구했다.
대통령 탈당요구는 특검의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중 탈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만 유일하게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을 유지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탈당이 대부분 임기 말에 이뤄졌던 것과 달리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요구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지금처럼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한배를 타고서는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집권당 내부에서 대통령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필요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들은 대통령께 청와대와 정부내각에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며 “특히 이번 사태와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교체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쇄신 요청 외에 최고위 차원의 대책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늘부터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며 지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대표 사퇴론’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