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각)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지나간 카리브해 도서국가 바베이도스의 한 항구.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고 등급 허리케인 '베릴'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생한 원인은 높아진 해양 수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미국 주요 대학 연구진과 기상업체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최근 발생한 허리케인 베릴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욱 강력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등을 강타한 베릴은 미국 기상학계 분류상 가장 높은 등급인 5급으로 평가됐다. 통상적으로 5급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시기는 여름철 영향이 절정에 이르는 8~9월이다.
미국 기상학계는 베릴을 두고 위력 강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커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베릴은 허리케인으로 발전한 지 이틀만에 4급 허리케인으로 발전했다.
브라이언 맥놀디 미국 마이애미대학 기상학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른 시기에 허리케인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해양 수온이 벌써 이렇게 높아진 것도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해양 수온이 높아진 데 따라 강력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애미대학 연구진은 그동안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해양 수온도 꾸준하게 상승해왔으나 지난 몇 년 동안 기록된 상승폭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 해양 평균 수온은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고 해양 면적 90%에 달하는 지역에서 '해양 폭염'이 발생했다. 해양 수온은 올해 3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허리케인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사이 대서양 중부 수온은 최근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은 수준을 몇 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알렉스 다실바 어큐웨어 허리케인 전문가는 가디언을 통해 "멕시코만 일대 수온은 따뜻한 욕조와 유사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순히 표면만 따뜻한 것이 아니라 심해 수온도 높아졌는데 이는 허리케인에 제트 연료와 같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기상학계는 해양 수온 상승이 허리케인 빈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베릴처럼 개별 허리케인 강도가 오르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가디언을 통해 "해양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대기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빠르지는 않다"면서도 변화를 되돌리는 데는 최소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