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7-03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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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트렌비가 여전히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종현 트렌비 공동대표는 명품 플랫폼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출에 직접 타격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중고명품 사업에 힘을 실어 실적을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트렌비가 최근 6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트렌비>
3일 트렌비가 최근 유치한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렌비는 최근 투자 유치 단계 가운데 하나인 시리즈E 단계에서 60억 원가량을 조달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확 꺾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렌비가 추가 투자를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트렌비뿐 아니라 머스트잇과 발란 등 다른 명품 플랫폼의 상황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트렌비의 성장성을 놓고는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눈높이를 낮춘 분위기 강해 보인다.
트렌비는 2022년 8월과 2023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모집한 시리즈D 투자 단계에서 모두 370억 원을 조달했다. 2021년 3월과 2022년 1월 진행한 시리즈C 투자 단계에서는 모두 420억 원을 끌어왔다.
투자 단계가 진행될수록 투자 금액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트렌비는 시리즈E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단계보다 훨씬 적은 수준 밖에 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트렌비의 실적을 보면 투자자들의 '박해진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트렌비는 지난해 매출 402억 원, 영업손실 32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영업손실을 90%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매출도 절반 이상 뒷걸음질했다. 트렌비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형이 후퇴했다는 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명품 플랫폼 시장이 부진하다는 점도 명품 플랫폼을 향한 투자 심리를 약화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명품 커머스 1세대 플랫폼으로 꼽히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모두 침체기를 겪고 있다.
머스트잇은 최근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에 나선 데다 3년째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란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고 지속적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트렌비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성장성을 재차 증명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이종현 트렌비 공동대표의 움직임을 보면 중고명품 사업을 회사의 새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시리즈E 투자유치를 발표하며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명품 사업과 중고명품 사업을 함께 강화할 계획"이라며 "트렌비의 중고명품 사업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글로벌 확장을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트렌비는 중고명품 사업에 대폭 힘을 싣고 있다.
트렌비는 고객이 가까운 매장에서 중고명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를 출범 이후 4개월 만에 30여 개로 확대했다. 6월부터는 GS리테일과 손잡고 전국 GS25, GS더프레시 매장을 통한 중고명품 위탁발송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가품검수 인공지능 '마르스'와 중고시세예측 인공지능 '클로이'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자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은 트렌비의 중고명품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르메스와 구찌, 루이비통 등 글로벌 주요 명품 브랜드는 1년에 수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리는 ‘N차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다. 이런 움직임은 새 명품에 대한 수요 둔화로도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성장률 7.1%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30%대의 매출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성장폭이 줄었다. 루이비통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2.4% 감소했다
▲ 트렌비가 중고명품 거래 사업에 힘을 실으며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트렌비>
트렌비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기회로 삼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명품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반대로 중고명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일 뿐 명품을 소유하려는 수요는 여전한 만큼 트렌비의 중고명품 사업에도 활기가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고명품이라고 해도 관리가 잘 된 상태라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명품의 중고거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고명품 거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취급하는 플랫폼 경쟁에서 차별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이 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유료 검수시스템 ‘번개케어’를 론칭하며 명품 정품과 가품을 구별해주는 서비스를 강화했다. 번개장터에서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나 중고명품 거래가 활발해지며 지난해 중고명품 카테고리 거래액이 2022년보다 84%나 증가했다.
중고명품 전문 플랫폼 구구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적으로 신규 매장을 열고 백화점 협업, SPA 브랜드 제휴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