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8-04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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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는 보험사들에 ‘생산적 금융’을 압박하는 중이다.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란 취지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최근 자본규제 완화 가능성까지 띄우며 지원을 시사했지만, 보험업계는 실효성에 관해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금융위원회가 첨단 혁신 분야에 보험사가 투자할 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책 펀드 등 첨단 혁신 분야에 보험사가 투자할 때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보험사 입장에선 해당 투자에 쌓아야 할 자본 규모가 줄어들어 자본관리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자산이나 보험계약의 위험도를 수치화해 위험노출금액에 곱하는 방식으로 요구자본을 산정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명시된 항목으로 자본 건전성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험사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에서 요구자본은 분모에 해당한다. 즉 투자 위험이 높을수록 위험계수가 높아 보험사로서는 쌓아둬야 할 자본이 많아지는 구조다.
이에 지금까지 보험사는 벤처투자 등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할 때 부담이 컸다. 현행 감독규정 기준 보험사가 국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할 때는 위험계수가 거의 적용되지 않지만 주식에는 20~49% 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재무 특성상 새 정부에서 금융권에 주문한 ‘생산적 금융’ 확산 요구에도 보험업권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 자원을 혁신·벤처기업, 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분야에 집중 배분하는 정책 기조를 말한다.
금융당국 등도 보험업권이 겪는 부담 요인을 알고 있어 위험계수 완화와 같은 규제 완화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월28일 금융위원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을 포함한 금융업권별 협회장들이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보고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금융권이 생산적 분야로 자금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일 참여한 생명·손해보험업권도 “자본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를 늘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험계수가 완화되면 보험사들 자본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고령화와 손해율 악화 등에 따른 보험손익 감소에 투자손익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또 금리인하기인 만큼 듀레이션 매칭 등에 따른 자산부채관리(ALM) 역량이 중요해졌다.
위험계수 완화로 혁신투자 관련 자본관리 부담이 줄어들면, 보험사들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자본효율성과 투자 포트폴리오의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벤처투자나 사회기반시설의 경우 이미 보험사들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더 투자유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투자 위험계수 완화가 되는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관리 자체에 어려움을 겪으며 1분기 말 기준 200%를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다만 실제 보험사들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단일 투자자산군에 대한 위험계수 조정만으로는 전체 K-ICS 자본 부담 구조를 크게 바꾸긴 어렵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기존 자본관리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혁신기업 장기투자까지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등 지금까지 검토를 적게 하던 투자처를 볼 수 있다는 측면은 있다”며 “그러나 아직 실무적으로는 K-ICS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라 자본관리가 용이해질 것으로 체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다양한 투자처로 자금이 흐르며 보험사도 생산적 금융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점에선 의미 있다”며 “다만 아직 기본자본 K-ICS 등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변경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