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6-20 15: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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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여야의 뜻이 모아졌으나 세부적 입법 방향에서는 시각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추진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이 10년 만에 22대 국회에서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이 많은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며 “정부여당도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구입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책정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통신사들 사이의 보조금 경쟁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막는 ‘악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단통법의 신속한 폐지’를 언급한 배경에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민생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전까지 단통법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국내 가구당(1인 가구 이상)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28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만1676원) 대비 7.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 통신비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2023년 1분기 가계 통신비는 5만6482 원으로 전년 동기(4만9091원) 대비 15.1% 증가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국내시장에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통신3사는 지원금 확대를 통해 가입자 모집 경쟁을 지금보다 치열하게 펼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단통법 폐지로) 번호이동·신규·기변 등 가입자 유형별 보조금 차별 금지 조항이 삭제된다는 점은 통신사들에겐 부담”이라며 “5G 우량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재현된다면 장기적으로 통신사 마케팅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단통법 폐지를 통해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의 경쟁구도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늘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박충권 페이스북>
국민의힘 소속으로 단통법 폐지법안을 발의한 박충권 의원은 법안 발의 보도자료에서 “단통법 폐지를 통한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 도입이 국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전환지원금 시행만으로는 경쟁 촉진 효과가 미진한 만큼 단통법 폐지 등 이동통신3사의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가 신속하게 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양당이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법안에 관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세부적 입법 형태나 강조하는 내용이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던 단통법 폐지법안을 기반으로 발의된 박충근 의원의 법안은 현행 단통법에 있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존속시켰다.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에게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또 박 의원은 제조사의 단말기 공급과 관련해 통신사 차별과 통신사의 대리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을 금지하는 단통법 제9조의 내용 가운데 제조사 규제 부분은 제외하고 통신사를 규제하는 내용만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제조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높은 것도 가계의 통신비 부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통신사 보조금에 관한 규제만으로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민주당 정책위 방송미디어정보통신 수석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제조사의 담합은 손을 안 대고 이통사와 판매점만 규제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선 또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현재 통신사와 제조사 사이의 연결구조를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가입서비스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소비자의 불편을 고려해 현재 단말기 판매점이 신고 또는 등록을 하면 이동통신가입도 가능하게끔 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 <연합뉴스>
안정상 교수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단말기를 만들면 바로 이통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이통사는 단말기를 요금제와 결부시켜 지원금을 넣어 판매를 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말기만 만들고 가만히 있어도 이통사가 판매해주니 절대 단말기 가격을 싸게 내놓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근본적 연결고리 구조를 깨기 위해 제조사가 바로 이통사에 단말기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통사 역시 단말기를 공급받아 이통통신과 판매서비스를 동시에 못하도록 막는 절충적 완전 자급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단통법 폐지와 완전자급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해 순차적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세부적 내용에서 큰 시각차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단통법 폐지 합의와 통신시장 구조 변화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단통법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가 열리지 않아 논의 과정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양당 의원이 모두 모인 과방위 첫 전체회의에서 단통법 폐지를 어떻게 다루는 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