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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인수해 육-해-공 물류종합그룹을 구축했지만, 유동성 위기 극복은 큰 과제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갈림길에 섰다. 한진해운을 품으면서 육-해-공 물류 삼각편대를 완벽히 구축했다. 위기 속에서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날개없는 추락이 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이 적자인 상황에서 한진해운마저 안게 되면서 '이중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더 심한 경우 '공멸카드'가 될 수 있다.
7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기고,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신설법인과 기존법인으로 분할해 한진해운이 포함된 신설법인을 조 회장이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신설법인에는 한진해운 지분 등 자산이 이전되고, 기존법인에는 제3자 물류 부문과 정보기술회사인 싸이버로지텍과 선박관리회사인 한진SM, 한진해운 여의도 사옥 등이 남아 최은영 회장이 계속 보유하게 된다.
한진그룹은 신설법인을 인수해 이 법인과 한진해운을 통합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한진해운을 편입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그룹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그룹에 편입해 육-해-공 종합물류회사의 틀을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독자경영의 고집해 계획을 진전시키지 못했었는데, 해운업황의 악화로 한진해운이 유동성의 위기에 빠지면서 최 회장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두 2,500억원을 지원했다. 대신 한진해운에 대한 한진해운홀딩스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이어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를 한진해운 사장에 임명해 사실상 한진해운을 접수했다. 마침내 이번에 완전히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편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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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품에 안으면서 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육-해-공 삼각 편대를 갖춘 물류종합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한진그룹으로서는 도약의 기회가 온 것이다. 조 회장 개인적으로는 아버지 조중훈 창업주의 ‘수송보국’ 창업이념을 더욱 확실히 받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의 실적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끌어안는 것은 오히려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에다 한진그룹 유동성 위기까지 이중의 위기를 감당하기에는 한진그룹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 규모가 대한항공은 7배, 한진해운은 5배를 넘는다. 부채 규모를 합하면 30조원이 넘는다. 두 회사는 지난해 20조원을 조금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손익에서는 적자가 1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항공업황과 해운업황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조 회장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조 회장이 그룹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3일 인천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대한항공 임원 세미나에 참석해 "올해는 비장한 각오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로베이스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해 흑자 달성의 전환점이 되는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사업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기반 강화’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대한항공이 매출 11조8,504억원에 그치며 영업이익은 176억원 적자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발표에 따르면 한진그룹 시가총액은 1월10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0.75%나 감소했다. 한 때 자산규모 재계 6위까지 올랐던 한진그룹은 9위까지 떨어졌고, 자구책으로 4조원 가량 자산 매각이 예정돼 있어 11위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올해 들어 부쩍 "위기의식"과 “비장한 각오”를 주문하는 것도 이런 추락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 표명이다. 조 회장은 임원 세미나에서 삼수만에 성공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언급하며 “절체절명의 각오로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역설했다. 그룹 임원들에게 그만한 강한 정신력을 가지도록 주문한 것이다.
일단 ‘육-해-공’ 종합물류를 구축한 한진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6일 현재 작년 종가 대비 한진 주가는 43.3%, 한진칼은 33.8% 각각 상승했다. 대한항공 주가도 11.4% 올랐다. 그룹 차원의 실적개선 의지와 택배량 증가, 택배 가격 인상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