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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에너지전환포럼 "정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에 수도권 지자체 역할 필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5-21 14: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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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에너지전환포럼 "정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에 수도권 지자체 역할 필수"
▲ 윤순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상임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놓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100GW, 비중 30%'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이행을 위한 구체적 권한과 목표가 확보되지 않는 한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 소비량이 높은 수도권 지자체들의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이 심각하게 낮은 점은 중앙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로드맵을 이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단 5%도 안되는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자립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기후에너지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에너지전환포럼은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지자체들의 재생에너지 자립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자립률은 그린피스와 에너지전환포럼이 기존에 활용되던 일반 전력자립률을 대체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지자체가 소비하는 전력 대비 자체 조달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기존에는 지자체별로 전력자립률을 구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었다"며 "석탄, 가스, 원자력 등 발전소들은 특정한 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분산형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에너지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형태인 태양광을 보면 지붕, 옥상, 주차장 등 다양한 위치에 설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사무처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채운다는 목표를 세운 현재 시점에서 이를 이행해야 할 주체인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수도권 지자체들이었다. 광역 지자체 단위로 보면 서울, 경기도, 인천의 재생에너지 자립률은 각각 0.6%, 2.9%, 1.4%에 그쳤다.

특히 경기도는 연간 전력 소비량이 143.3TWh로 전체 광역 지지체 가운데 가장 높고 서울도 50.4TWh로 바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현장] 에너지전환포럼 "정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에 수도권 지자체 역할 필수"
▲ 지방자치단체별 일반 전력자립률과 재생에너지 자립률을 나타낸 도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부터 울산, 부산, 대전 등 주요 인구 밀집지역과 산업밀집지역은 모두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 석탄과 가스로 전력 조달하는 수도권, 에너지전환 갈 길 멀어

수도권이 사용하는 전력을 보면 대부분 인천, 충청남도, 강원도, 경상북도에서 들여온다. 문제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의 주력 전력원이 모두 석탄 또는 가스라는 점이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기 시작하면 수도권은 전력 부족 현상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임재민 사무처장은 "경기도가 전력을 끌어오는 충남을 봐도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9.7%에 불과하고 경상북도도 14.5%에 머문다"며 "석탄을 퇴출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의 전체 에너지 지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재기본)'을 통해 정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인 30%까지 각 광역 지자체별로 재생에너지 자립률을 끌어올린다고 가정하면 경기도에만 태양광 20GW, 풍력 5GW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은 태양광 8GW, 풍력 2GW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제1차 재기본을 통해 계획한 태양광 설치량이 87GW인데 이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양이 두 지자체에 설치돼야 한다는 뜻이다.

◆ 지방정부 의무와 권한 강화가 우선과제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현재 이들 수도권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자립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으로 의무와 권한의 부재를 꼽았다.

고재경 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확대방안이 어땠냐 살펴보면 목표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문제는 목표치는 있었지만 이걸 달성을 못했을 때의 패널티나 이를 이행했을 때의 인센티브가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심을 잡아줘야 할 중앙정부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던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 재생에너지 목표가 축소되면서 지자체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올라오는 것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고재경 연구위원은 "앞으로 중앙정부의 목표를 실천해나가려면 지자체의 역량을 지원할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또 재정 측면에서도 지방 정부의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지원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의 동참을 위한 전담 공기업을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영리 민간 연구단체인 녹색전환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기후부가 내놓은 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는 지역에너지공사와 같은 실행 조직의 신설이 담겼어야 했다"며 "지방정부가 전력망 정보에 접근하고 지역 단위에서 전력거래와 수요관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적 뒷받침없이 지자체 역할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중앙 정부의 책임만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에너지전환포럼 "정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에 수도권 지자체 역할 필수"
▲ 고재경 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비즈니스포스트>
◆ 재생에너지 발전 부지, 수도권과 경기도에 충분해

에너지전환포럼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과 경기도에는 정부 계획 이행에 충분한 재생에너지 발전 부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이란 농지에서 작물을 경작하면서도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임재민 사무처장은 "조사해보니 경기도 평택과 화성만 해도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이 매우 높다"며 "용량 기준으로 평택은 7.5GW, 화성은 8.7GW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 외에도 산업단지 태양광, 지붕형 태양광, 주차장 태양광 등 각종 발전 시설들까지 들어설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부지는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임 사무처장은 "영농형 태양광 잠재력이 높은 기초 지자체들을 보면 전력 다소비 지역과도 일치해 '지산지소형 전력망' 실천에 유리한 입지 조건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산지소형 전력망이란 재생에너지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설계된 지역 중심의 분산형 전력 체계를 말한다.

에너지전환포럼 조사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이 높은 평택과 화성은 연간 전력소비량이 모두 2100만 MWh를 상회해 전국 기초 지자체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재생에너지 설치에 가장 큰 장벽이 되는 주민 수용성도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인센티브만 제공된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환경단체 연합체 '기후정치바람'이 지난달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과반이 넘는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자립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 주민 가운데 69.8%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동참에 찬성했고 80.0%는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지지했다.

◆ 이란 전쟁 같은 위기 다시는 없어야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재기본이 향후 이란 전쟁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 위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감소한 한국의 일일 원유 수입량은 110만 배럴에 달한다.

이를 놓고 윤순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상임대표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지장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위기는 외부에서 온 것이지만 그 계기를 만든 취약성은 우리가 내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보면 94%로 1990년 88.7%와 비교하면 5.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4년 동안 수입 의존 에너지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뜻이다.

윤순진 대표는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수입처 다변화, 가격통제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외국에서 사와야 한다는 핵심은 바뀌지 않는다"며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국내에서 얼마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느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과거 정부가 세웠던 이행계획을 돌아보면 지금처럼 목표만 세워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번에는 이행 수단, 지역의 역할, 제도 개선이 함께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7.1GW다. 2030년 기준 100GW를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12.6GW의 신규 발전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기존 연평균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치인 3.9GW의 3배가 넘는다.

임재민 사무처장은 "마침 이재명 정부의 임기가 2030년까지이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들어설 지자체장들의 임기도 2030년까지"라며 "현 정부에서 내리는 정책적 성과가 2030년 목표의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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