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들이 2만 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월 2만 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통신사들의 요금인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인데, 점점 저렴해지는 통신사의 요금제에 알뜰폰업계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5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번호이동 가입자가 순증으로 돌아섰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최대 5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활용해 번호이동 가입자를 적극 유치한 것으로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디지털통신 플랫폼 '너겟' 요금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 월 2만6천 원에 데이터 6GB를 제공받을 수 있는 5G 요금제도 출시했다. 기존에 LG유플러스에서 가장 저렴했던 월 3만 원에 데이터 1GB를 주는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6배 늘어났다.
올해 3월 SK텔레콤도 월 2만7천 원에 데이터 6GB를 제공하는 온라인 5G 요금제를 내놓았는데, 이제 3만 원대를 지나 2만 원대 5G 시대가 열린 셈이다.
KT는 아직까지 2만 원대 5G 요금 도입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관련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3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며 고가 중심의 5G 요금제를 중저가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선언했는데,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앞 다퉈 5G 요금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저렴한 5G 요금제가 알뜰폰으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통신사들이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전환지원금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알뜰폰 가입자 순증 규모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번호이동 건수는 12만 건 수준이었으나, 5월에는 7만3727건으로 4개월 만에 38%나 감소했다.
5월 알뜰폰 가입자 순증은 1만4451명이었는데, 순증 규모가 2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1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이와 같은 통신시장의 변화에 알뜰폰업계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사들의 5G 망 도매대가율을 현재 60%에서 4G 수준(46.9%)으로 낮춰야 알뜰폰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픽사베이> |
통신사들의 2~3만 원대 5G 요금제 출시로,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가입자를 확보했던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이 사실상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6GB를 제공하는 알뜰폰의 5G 요금제는 1만~2만 원대로 형성돼 있어 아직까지는 통신사 요금보다는 저렴하다. 하지만 포인트와 같은 통신사의 부가적인 혜택 제공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사들의 5G 망 도매대가율을 현재 60%보다 더 낮춰, 알뜰폰 5G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LTE(4G) 요금제의 도매대가율이 46.9%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5G는 아직까지 도매대가율이 높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5월7일 간담회에서 “정부가 단통법 폐지, 제4이통사 출현 지원에 나서며 알뜰폰은 생존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도매대가율 협상에 있어서 정부의 개입과 중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