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허리케인 이안 영향으로 침수된 미국 마이애미주 포트 마이어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영향으로 재해보험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글로벌 보험사들이 커진 손해율 부담으로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 장벽을 높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재해보험금 청구건 증가에 따른 조치인데 보험사들이 일시적 미봉책만 동원할 게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모델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로 미국 국내에서 기후변화 인식 수준이 높아지며 재해보험 가입 희망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일란 쑤 농업 및 소비 경제학 교수는 공식성명에서 “기후변화 인식 문제는 사람들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라며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문제가 정치화되어 있는 경향을 보이며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미국 국내에서는 재해에 가장 취약한 해안가 인접 지역 주에서 재해 대책 관련 법안 발의가 평균 6배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해안가뿐 아니라 미국 내륙 지방에서도 재해보험 가입 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지역에 상관 없이 보험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가 가입할 수 있는 재해보험을 계속 찾아봤는데 어떤 보험사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만약 무슨 일이 생겨 지금 가지고 있는 건물들이 전부 파괴된다면 곧바로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내륙에 위치한 주로 비교적 기후변화 영향이 덜한 지역이나 보험사들이 가입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 무디스RMS에서 비즈니스 관계자 대상으로 내놓은 인포그래픽 표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바꿔보라고 말하고 있다. 무디스RMS는 무디스 그룹 산하 재해보험 전문 계열사다. <무디스RMS> |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재해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이유가 재해보험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년 동안 글로벌 보험사들이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입은 손실액 규모는 약 1천억 달러(약 137조 원)가 넘는 것으로 추계됐다.
유럽 비영리연구단체 ‘인슈어 아워 퓨처’의 린제이 키난 코디네이터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보험사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재해보험 사업 모델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보험사들이 규제 당국에 지금 상태로도 괜찮다며 그대로 운영해온 행태가 더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베리스크나 무디스RMS 등 대형 보험사들도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험사들이 재해보험 사업 위험도를 평가할 때 허리케인, 지진 등 ‘대형 위험 요인’ 위주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저평가된 산불, 폭우 등은 재해는 피해 규모는 작아도 기후변화로 그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 피해가 누적되는 속도와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보험사들이 기후변화 현실에 맞춰 사업 모델을 혁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와 같이 고객 가입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재해보험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영국 펀드 매니저 M&G의 샌디 트러스트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예전 모델들을 모두 폐기하고 더 빠른 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보험사들에는 기후변화보다 한 발 더 앞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