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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동해 유전 개발로 산유국 회복 앞장, 상업 생산까지는 갈 길 '구만리'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6-03 16: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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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동해 유전 개발로 산유국 회복 앞장, 상업 생산까지는 갈 길 '구만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전 시추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전 개발로 한국의 산유국 지위의 회복에 앞장서게 됐다.

다만 아직 매장 가능성이 확인된 단계로 탐사 시추부터 진행돼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실제 상업생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140억 배럴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발표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며 “심해 광구로는 이번 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통령실 발표에 따라 영일만 앞바다에서 대규모 석유·가스전이 개발되면 한국은 다시 산유국 지위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인근 대륙붕 등에서 석유·가스전 탐사 작업을 펼쳐왔다. 지속적 탐사 노력이 성과를 내 1998년에 울산시 남동부 해역에서 동해가스전을 발견했고 이후 2004년부터 천연가스, 초경질유 등 생산을 시작했다.

동해가스전 개발로 한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의 지위를 얻었다. 중동 산유국들은 유전개발, 국제입찰 등에서 비산유국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 산유국 지위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외교적 이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동해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초경질유 등 생산이 2021년 말에 중단되면서 한국은 2022년에 산유국의 지위를 잃었다.

한국석유공사는 2023년에 국내 대륙붕 개발을 위한 중장기 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산유국 지위를 다시 찾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3월 열린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산유국 염원이 다시 실현될 수 있도록 광개토 프로젝트를 다함께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전 개발도 꾸준히 국내에서 탐사 작업을 진행해 온 석유공사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산 총액보다 부채 총액이 더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석유공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탐사 작업에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정부는 1개당 1천억 원 규모의 비용이 드는 시추공을 최소 5개를 뚫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별도 브리핑을 통해 “정부 재정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전에 140억 배럴 수준의 매장량이 존재한다면 개발을 주도하는 석유공사의 기업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 사례로 살펴보면 미국의 석유기업 셰브론은 지난해 10월 석유탐사기업 헤스코퍼레이션 인수를 위해 530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헤스코퍼레이션은 윤 대통령이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이라며 비교 사례로 거론한 남미 가이아나 해저 광구 사업권 30% 지분을 들고 있다.

다만 아직은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전에 막대한 양의 석유 등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 단계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개발과정은 탐사부터 시작해 자료처리, 지질조사, 자료해석 등을 거쳐 시추, 유전평가, 생산시설 설치 등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생산이 시작된다.

영일만 일대에서의 실제 석유, 가스 등 상업 생산은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밝힌 계획대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2035년부터다.

게다가 정부가 이날 발표한 탐사시추는 ‘석유부존 여부 확인 및 산출능력을 평가하는 작업’으로 전체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실제로 조사를 더 진행하다 보면 석유, 가스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한반도 해역에서 이전에도 석유·가스전 발견 소식이 들려왔으나 시장성 문제로 본격적 개발이 무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일만 일대 해저에서 석유, 가스 등 매장 자체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실제 생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발견된 유전이 경제성까지 확보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수행된 작업은 자료해석 단계에 해당하므로 앞으로 시추작업을 통해 석유, 가스의 부존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해자원개발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메이저 기업들과 협력해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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