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의 지지가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국회 의장과 달리 각 상임위원장은 별도의 의원 투표 없이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으로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추미애 당선자가 법사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경선 결과 당원들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추 당선자 대신에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결정되면서 1만 명이 넘게 탈당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 당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추 당선자의 법사위원장 배치가 고려되는 것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MBC 유튜브 ‘정치인싸’에 출연해 ‘추미애 당선자의 법사위원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실어준 만큼 민주당도 이에 응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 최고위원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런 국민적 염원에 반대해 여러 가지 특검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부터 ‘전시체제’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추 당선자가 법사위원장으로 나선다면 당 차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법사위원장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독주, 거부권 정권에 맞서 확실하게 자기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독주체제를 막을 수 있는 제1전선이 법사위원장이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 법사위원장을 해야 한다"고 말해 '추미애 법사위원장설'에 힘을 실었다.
추 당선인 역시 국회의장 경선 탈락 뒤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 국민께서 열망한, 지금 대한민국의 민생·평화·민주주의 3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어느 자리에서건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기도 했다.
애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사위원장 후보군으로 최고위원이자 4선 고지에 오른 정청래 의원과 3선 의원이 된 박주민 의원이 거론됐다.
하지만 당원 사이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마당에 추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므로써 여당을 향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정청래 의원과 박주민 의원을 법사위원장 후보로 내세우기 힘들다는 비판적 시선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청래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현재 범친명(친 이재명) 인사로 분류되지만 애초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으로 당내 단일대오 형성에 가장 중요한 법사위원장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추미애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우원식 의원이 2024년 5월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양손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일부 강성 지지층은 박주민 의원의 서울 은평구 지역사무실에 비판적 대자보를 붙이며 반대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박주민 의원을 향한 반대가 강한 것은 추 당선자를 누르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과 함께 박 의원이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미애 당선자는 국회의장 경선에 나갔을 뿐만 아니라, 당 대표와 법무부장관을 역임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어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격과 관행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민주당 내에서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에서 법사위원장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당시 17대 국회부터는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뤄 입법부를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지금 거대 야당은 다수당의 권력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입법독재의 뜻을 내비치며 국회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국회의장보다도 여야 갈등을 조율해야 할 상황이 더욱 빈번한 법사위원장의 자리를 추미애 당선자에게 맡기려 하면 중도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규 시사평론가는 지난 26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민주당이 추미애 당선자가 법사위원장을 맡게 하려는데 그것을 보는 지지층은 열광하겠지만 반대쪽의 여론은 싸늘해질 수 있고 중도층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