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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 실천 요구하는 국제소송 러시, 이행 판결 효력은 여전히 불투명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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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 실천 요구하는 국제소송 러시, 이행 판결 효력은 여전히 불투명
▲ 21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서 판결 결과를 들고 있는 도서국가 대표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대응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판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최근 국제재판소에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국제재판소가 기후대응 노력을 높이라는 판결을 내놓으면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시각이 나온다. 다만 국제재판소 판결은 개별 국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가디언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국제재판소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무가 있다고 내용의 판단을 내놨다.

이번 판결은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군소도서국가위원회(COSIS)’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COSIS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2022년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판단을 요구했다

재판관들은 판결문에서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명백하며 각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감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에젤레오프 아피넬 투발루 법무부장관은 가디안에 “그동안 많은 도서국가들이 요구해온 기후정의의 실천인 동시에 역사적 순간”이라며 “모든 인류를 위해 주요 오염자들의 책임을 묻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발루는 COSIS 회원국 가운데 하나로 아피넬 장관은 이번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송을 주도했다. COSIS는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위기를 겪는 섬나라로 구성돼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뿐 아니라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미주인권재판소(IACHR)도 내년까지 각자 기후소송과 관련한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재판소는 지난달 공개변론을 열어 소송 주체와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된 소송(court case) 진행은 2023년 3월 개최된 유엔(UN) 총회에서 결정됐다. 

유엔은 세계 각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민 보호 의무 범위를 규정해달라며 자문(opinion)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피해 보상 여부 등이 포함됐다.

미주인권재판소 소송은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남아메리카 국가 외교부 장관들이 주도해 제기했다. 온실가스 감축, 재난구호, 에너지 전환 정책 실천 등 자국 정부가 국민에 지고 있는 기후변화 책임 범위를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재판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는 쟁점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것 이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기후 대응을 실천해야 하는지 여부다. 파리협정은 세계 각국이 세계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약속한 것을 말한다.

앞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것 이상으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스통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들 세 국제재판소가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면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국제재판소는 판결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능력이 부족해 효력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국제재판소가 내린 기후소송 판결을 해당국 정부가 거부하는 사례도 나왔다.
 
기후대응 실천 요구하는 국제소송 러시, 이행 판결 효력은 여전히 불투명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인권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스위스 의회는 지난달 유럽인권재판소가 내린 판결 이행을 거부했다.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 국가로 의회가 행정부보다 큰 권한을 지니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국적의 여성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스위스 의회는 이에 유럽인권재판소 권고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스위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여부를 2021년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카로니 스위스 의회 의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충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제재판소들이 내린 판단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구속력을 보장할 국제 조약 등 후속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안 도노휴 국제사법재판소장은 유엔뉴스를 통해 "국제재판소는 각국이 판결에 따를 때만 제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인류를 향한 범죄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는 국제 협약이 채택된다면 국제재판소 판결이 더욱 명확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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