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5-23 14: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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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재건축사업 윤곽이 잡히면서 건설사들도 향후 시공권 확보를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 곳간을 채우고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1기 신도시 초기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높은 수준의 공사비, 사업지연 등으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도 나타난다.
▲ 건설업계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 연합뉴스 >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물량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재건축사업 확보를 향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물량을 전체 대상 주택 30만 호의 5~10% 수준으로 논의했는데 전날 발표한 선정계획에 따르면 최대 물량이 1만 호 이상 늘어난 3만9천 호로 결정돼 최종적으로 10~1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로서는 주택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도시정비 사업 일감이 늘어난 셈이다.
건설사들은 서울 지역 도시정비 사업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만 서울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 뽑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지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에서 혜택을 받는다. 다른 재건축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건설사가 짊어지는 부담도 줄어든다.
대형건설사 위주로 참여 가능성이 높은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 물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감소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서 꾸준히 곳간을 채우기 위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남은 주요 정비사업 지역들 가운데 여의도는 상징성을 갖춘 반면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대규모 사업장으로는 압구정, 목동, 노원구 등이 사실상 전부”며 “다만 최근 공사비 및 분담금 문제 탓에 노원구 재건축이 지연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밀고 있는 1기 신도시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1기 신도시에 성공적으로 랜드마크를 세우면 향후 지속해서 나오게 될 인근 재건축사업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정부는 대규모 이주 탓에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1기 신도시 정비시기를 분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선도지구 선정 뒤 매년 3만 호가량의 1기 신도시 재건축 물량을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보면 같은 정비구역을 넘어 서울 안에서 핵심 단지를 어떻게 조성하고 있는지가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상징성이 있는 첫 선도지구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지를 구축해 나간다면 이후 나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아직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 정부가 지속해서 재개발·재건축 촉진에 공을 들여온 결과 지난 4월2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 전날 선도지구 선정계획 확정 등이 이뤄졌지만 사업성에 관한 의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선 용적률 상향 혜택은 기본적으로 사업성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용적률의 150%까지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기존 법정 상한인 300%를 450%까지, 역세권 단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통해 상한을 500%에서 750%까지 높일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이 이미 200% 수준인 점을 고려해도 최소 150% 이상의 용적률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신도시별 평균 용적률은 일산이 169%로 가장 낮고 이어 분당이 184%, 평촌이 204%, 산본이 205%, 중동이 226%다.
대단지로 조성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 ‘표준 평가기준’에서 통합정비 참여 주택단지 수가 4개 단지 이상이면 해당 부문에서 10점 만점을, 참여 세대수가 3천 세대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높은 용적률을 활용해 일반분양 세대수가 늘어나면 조합원 부담이 감소해 사업 추진이 용이하고 시공사도 수익성을 최대한 키울 수 있다.
문제는 공사비와 부동산경기 침체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층으로 갈수록 공사비는 더 많이 증가하는 데 지금처럼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는 높은 용적률이 건설사 이익으로 연결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분양가격 역시 핵심 변수다. 분양가를 높이면 건설사가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조합도 부담을 더는 데 유리하지만 대규모로 풀리는 물량과 함께 미분양 우려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달렸지만 한꺼번에 많은 주택이 공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저조한 분양실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공사비 상승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사업지연 우려도 건설사들이 신중을 기하는 이유로 꼽힌다.
건설업계 공사비는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전쟁 이후에도 피해지역 재건에 필요한 건설자본 수요가 많아 한동안은 높은 수준의 공사비가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 기간마저 길어지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특히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주민 사이 갈등이 대표적 사업 지연 원인이다. 최근 신통기획 사례를 보더라도 서울시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적지 않은 반대율 탓에 표류하는 사업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기준 항목 가운데 ‘주민동의 여부’에 가장 많은 60점의 배점을 부여한 것도 실질적으로 원만한 사업추진이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보겠다는 취지다.
수천 세대 대단지에서 사실상 달성이 쉽지 않은 동의율 95%를 만점 기준으로 잡은 것도 이런 방향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하지만 세대 규모를 감안하면 주민 갈등 없이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시선이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히 여러 단지가 통합돼 진행되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현재 일정대로 공급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사업착수 단계부터 갈등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과 실소유주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
1기 신도시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낮은 분당과 일산을 중심으로 일부 통합 단지에서 사전동의율 80%를 넘긴 곳들도 나왔다.
가장 많은 최대 1만2천 세대가 올해 선도지구로 선정될 분당에서는 2021년 1기 신도시 최초로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된 ‘서현 시범단지(7769세대)’, ‘한솔1·2·3단지(1872세대)’, ‘정자일로(2860세대)’ 등이 주요 단지로 거론된다.
최대 9천 호가 지정될 일산에서는 ‘강촌마을1·2단지(1328세대)’와 ‘백마마을1·2단지(1578세대)’, ‘후곡마을3·4·10·15단지(2564세대)’ 등이 선도지구 선정을 대비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올해 11월 선정 뒤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 계획 수립 등을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사업이 추진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 발표에서 “주민,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각종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갈등도 빠르게 조정할 것”이라며 “선도지구에서 정비가 원활히 추진돼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여러 지원방안을 지속해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