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상황에서 3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는 ‘출구없는 의정갈등’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 협상에서 전향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총리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에도 한계가 왔다는 시각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문제와 관련한 의정 갈등 문제에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한덕수 총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총리는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을 지휘하고 있는데 이날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는 군의관 120명을 의료 현장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중증 응급 환자 수술을 담당하는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66명을 투입하고,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30명, 지역별 주요 종합병원 및 공공의료기관에 24명을 배치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등 547명이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처럼 대화 없는 '땜질식 방안'만 지속되어서는 의료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성혜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올해 2월 중순에 전공의들이 먼저 병원을 떠났고 교수들이 실질적으로 업무공백을 막았지만 3개월여 시간이 흐르면서 온몸으로 감당하기에 힘든 시점이 다가왔다"며 "
윤석열 정부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고 대화로 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로서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료계와 협상에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상황에서 의정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 총리는 총선 참패에 따라 지난 4월 초 사의를 표시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의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이른바 ‘시한부 총리’로서 현상유지에도 버거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장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을 배출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응급의학과 사직전공의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할 편지와 책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개인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공의들이 내년에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서는 병원을 떠난 지 3개월 안으로 복귀해야 한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라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당장 내년도 전문의 배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긴 데다 연쇄적으로 군의관과 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졌다.
한 총리가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투입해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고 있는 대책에도 한계점에 오면서 '의료체계 정상화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전체 전공의 1만3천여 명 가운데 의료현장 복귀자는 30명 정도로 전체의 약 5%만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총리를 앞세우고 있을 뿐 전공의들이 돌아올 명분을 주지 않고 의료정책을 여론수렴과 대화 없이 밀어붙인 것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바라본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최근 KBS라디오 '뉴스레터K'에 출연해 "정책의 주요 당사자가 의료인인데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한 뒤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다리를 끊어놓은 형국이라 사태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의장도 MBC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정부는 앞으로 의료정책 결정과정에 전공의의 참여를 보장하고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처우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 복귀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