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세 시장 불안에 국토교통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전세사기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빌라 전세 거래를 놓고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효과적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데다 정치적 부담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 시장 불안에 따른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
22일 국토교통부는 주택, 토지 분야의 규제합리화 대책의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주택, 토지 분야의 규제합리화 대책은 당초 24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책 발표를 직접 예고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대책은 여러 부처의 업무와 관련된 만큼 관계 기관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대책 발표를 연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대책 발표 연기는 그만큼 부동산 대책에서 국토부의 고심이 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에서 ‘직구 금지’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는 등 설익은 정책 발표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부동산, 주택 분야는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정책 영역 가운데 하나인 만큼 국토부가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주택, 토지 분야의 규제합리화 대책에서는 특히 전세 시장 안정과 관련된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전세 시장의 상황을 보면 빌라, 오피스텔 등을 향한 전세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전세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용 60㎡ 이하 빌라(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 5만891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1%가 월세 거래였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세 사기가 빌라 위주로 벌어지면서 빌라, 오피스텔 등의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빌라, 오피스텔 등 전세 수요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2주 연속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5월 둘째 주 시도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경기가 0.07% 상승했지만 지방은 0.02% 하락했을 정도로 서울과 지방 사이 온도차가 컸다.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이 전체 전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정부로서 대책 마련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빌라 전세를 향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가격 산정 때 감정평가 방식을 다시 활용하는 등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의 손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사기에 악용되면서 지난해에 가입 요건이 대폭 강화됐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산정에서 공시가격을 1순위로 적용하고 감정평가 방식은 마지막 4순위로 미뤘다.
그러나 문턱이 높아진 만큼 가입 거절에 따라 빌라 전세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제도를 손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를 1순위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시가격과 감정평가 방식 중에 선택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전세사기 사태에서 보듯 감정평가 방식은 과다감정 우려가 있는 만큼 평가기관을 공신력 있는 업체로 축소하고 평가업체 선정 권한을 임대인에서 HUG에게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여야 대립이 심해지는 상황은 국토부 대책 마련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세사기에 따른 피해자 구제 등 대책 마련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13일 전세사기 대책을 내놓으려 했다가 기자간담회로 일정을 변경했는데 간담회 자리에서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에 전세 대책까지 전선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