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5-08 16: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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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활성고객당 매출이 처음으로 줄었다.
쿠팡이 영업손실을 이어갔던 2021년과 2022년에도 활성고객당 매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 쿠팡이 2022년 3분기 첫 흑자 전환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줄었음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하지만 올해 첫 분기부터 활성고객당 매출이 줄어들면서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은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는 중국 이커머스에 고객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견제하는 것이 ‘엄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연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연간 거래액을 3조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테무는 4천억 원 안팎이다. 지난해 쿠팡 거래액은 약 33조 원이다.
거래액이 10배 이상 차이남에도 김 의장이 중국 이커머스를 견제하는 이유는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 영향을 받고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실제로 쿠팡 활성고객당 매출이 줄어든 것도 중국 이머커스에서 결제하는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의 쿠팡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쿠팡이 2022년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쿠팡은 ‘유통공룡’으로 성장했고 많은 유통기업들이 쿠팡으로 인해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낸 쿠팡은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쿠팡이 취했던 전략처럼 국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한국에 1조5천억 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자본력을 갖춘 경쟁자가 생겼고 활성고객당 매출까지 주춤하면서 김 의장도 더 이상 여유롭게 지켜볼 수 만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라는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상황일 것”이라며 “쿠팡도 로켓배송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이 정도까지 컸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 경험이 늘어난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가장 잘 알 것이다”고 바라봤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1억 원(4천만 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감소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62.6%가 줄었다. 쿠팡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첫 흑자 전환 이후 처음이다.
▲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이 취했던 전략처럼 국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한국에 1조5천억 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사진은 배우 마동석씨가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모습. <알리익스프레스>
당기순손실은 319억 원(24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쿠팡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김 의장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신 쿠팡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의장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사 상품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 원(130억 달러)에서 올해 22조 원(160억 달러)으로 늘릴 것”이라며 “와우멤버십 혜택을 위해서도 지난해보다 1조5천억 원 늘린 약 5조5천억 원(40억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연간 적자 전환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쿠팡이 오랫동안 다져놓은 고객 경험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은 1분기 매출 9조4506억 원(71억1400만 달러)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부터 실적에 들어간 명품 플랫폼 파페치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9조 원이 넘는다.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6% 증가하며 2150만명을 기록했다.
활성 고객이 늘고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새로 썼음에도 활성고객당 매출이 줄었다는 점은 김 의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김 의장은 “새로운 활성고객 증가가 앞으로 사업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수십억 달러 투자를 통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해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