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세계 각국의 공장 투자유치 경쟁을 유도하면서 반도체 공급과잉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반도체 공급과잉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계기로 주요 제조사들이 일제히 공격적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30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EU)과 일본, 인도와 동남아에 이어 한국까지 반도체 시설 투자 확대 추세가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기업들에 총합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지원 법안을 시행하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유치했다.
유럽과 일본, 대만과 한국 등이 이에 대응해 자국에 투자 유치를 위한 지원 방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결국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디지타임스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고 올해도 회복 추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은 공급 과잉 및 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성장산업 분야에서 첨단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 전기차 등 반도체가 탑재되는 소비자용 제품 판매량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 수요 반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소비자용 제품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무리한 시설 투자는 업황이 더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타임스가 인용한 회계법인 KPMG 및 글로벌반도체연합(GSA)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 가운데 약 42%는 이미 반도체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었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TSMC는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연말부터, 미국 공장을 내년 1분기부터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을 올해 말로 앞두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신규 수요처로 꼽히던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전체 업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