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4-04-15 19: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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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사업 거래를 잇따라 끊어내며 두 회사 사이 동업 관계 청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고려아연은 6월30일로 만료되는 영풍과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의 황산탱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보내는 40만 톤(20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 톤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이번 취급대행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엄격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등 여러 부담이 있는 물질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의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시설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의 필요성 △자체 생산량이 지속 증가에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2026년에는 자회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연간 18.5만 톤 규모의 황산이 추가로 생산된다.
영포 석포제련소가 조업차질을 빚으며 생산량이 줄면서 현재 고려아연에 위탁하는 연간 황산 물량은 19만 톤 수준으로 해당 물량은 육로를 통해 석포제련소와 가까운 동해항으로 옮겨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고려아연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지금까지 가까운 동해항(약 65km)을 통한 처리방식 대신 온산선을 통해 300km나 떨어져 있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에 황산을 철도로 수송해 왔다"며 "고려아연 측에 제반 리스크에 더해 위험물질 관리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엔 온산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온산선 폐지'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기존 계약과 두 회사 사이 지속돼 온 협력관계를 고려해 영풍 측에 사전 통지와 함께 동해항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 외에 영풍 측이 자체적인 황산 관리시설은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 기간을 주는 상호 협의를 해 나갈 것"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9일 영풍과 아연 등 주요 품목을 놓고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2026년까지 기존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고려아연과 영풍의 완전한 결별을 향한 동업 관계 청산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풍그룹의 주력 계열사 고려아연은 장형진 영풍 고문의 아버지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세웠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최 회장 측과 장씨 일가 사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졌고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사상 첫 표대결까지 벌였다.
영풍그룹은 올해 3월6일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행위를 놓고 위법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고려아연이 본사 위치를 45년 동안 머무른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 그랑서울 빌딩으로 옮길 계획을 밝히며 결별 행보에 힘을 실었다.
고려아연은 또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유통계열사인 서린상사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4명, 영풍 측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고려아연 측 사내이사 4인을 추가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측이 서린상사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 33.3%를 들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가 경영을 맡아 왔다.
지난달 고려아연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서린상사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이에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신청했고 오는 17일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