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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 위기] 연내 금리인하 물 건너가나, 금융권 고금리 임계점 '좌불안석'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4-04-15 16: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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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 위기] 연내 금리인하 물 건너가나, 금융권 고금리 임계점 '좌불안석'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유가가 더 오르게 된다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상당 기간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 부실채권 증가로 은행권의 건전성을 해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다시 불거지게 만들 수도 있다.   

15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지지 않더라도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주요국의 물가 상승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당장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면서도 “유가 공급 불안을 자극해 유가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중동 전역으로 전쟁 확전 가능성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나 이전보다 중동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유가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과 변동성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아니라 이란이 유조선이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조치만으로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11년 말에도 이란이 석유 수출 제재에 대응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위협했는데 이때 국제유가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예찬 연구원은 “이란이 이번 중동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시행한다면 현재 90달러 수준이 국제유가가 12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은 달러화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려 현재 고물가 상황을 한층 자극한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손에 꼽히는 원자재 순수입 국가인데 원재료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물가 우려가 확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한층 뒤로 밀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국제유가를 지목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경로대로 움직이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으나 유가가 90달러대 위에서 오랜 기간 머물 경우 물가 전망치를 수정하게 돼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더 밀릴 수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발생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은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전환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지연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는 전체 금융권에도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제1금융권의 경우 고금리에 이자이익이 늘어날 수도 있으나 부실채권이 오히려 증가해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12조5천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경우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조달 금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로 아침부터 자금 부서와 글로벌 부서가 정신이 없다”며 “변동금리 상품을 팔면 이자이익이 늘겠지만 고정금리는 수익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한계 차주가 늘어나 연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동 확전 위기] 연내 금리인하 물 건너가나, 금융권 고금리 임계점 '좌불안석'
▲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일으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 후인 14일 이란 시민들이 테헤란 영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과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중동 사태로 부동산 PF 문제가 다시 심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중동사태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부동산 투자를 향한 투자심리가 위축된다면 부동산 PF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35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조3천억 원 늘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중동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4월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2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침착한 대응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중동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94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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