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9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위반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에서 정 회장은 안전경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은 9일 중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회장 등에 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정 회장은 대기업 총수 가운데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이다.
첫 공판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정 회장은 채석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802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법정으로 들어가며 기자들로부터 첫 재판에 임하는 각오를 질문받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대답했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는가”,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등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삼표그룹은 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첫 법 적용대상이 됐다.
2022년 1월29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골재 채취작업 도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 해 6월 이종신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의행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23년 3월 정 회장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함께 기소했다. 정 회장이 안전보건업무를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했고 그룹 핵심사업인 골재채취 관련 주요사항을 결정해 온 점 등을 고려해 경영책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정 회장이 삼표산업을 비롯해 삼표그룹을 총괄하는 실질경영자라고 주장했다. 채석 현장 상황 등을 상시 보고받고 사고 현장의 붕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사고 전후 양주 채석장 상황 사진, 작업자 진술, 삼표산업 관계자들의 위험 예견 및 사고 후 입단속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당시 현장에 균열 등 위험을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정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법에서 언급하는 안전경영책임자가 아니다”라며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체계 의무를 다했다"며 "안전보호 관리체계 구축 미이행과 이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데다 고의도 없었다”고 변론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