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급사 쇼박스가 영화 ‘파묘’의 흥행으로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배급사 쇼박스가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1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올해 쇼박스가 배급사 매출 순위 톱5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쇼박스가 올해 배급한 영화 두 편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시민덕희’는 누적 관객 수 170만 명을 기록했다. 제작비 65억 원이 투입된 시민덕희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50만 명 안팎이었다.
영화 ‘파묘’ 역시 우리나라 영화사에 이름을 새겼다.
파묘는 24일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오컬트 장르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오른 것이다. 2월에 개봉한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20년 만이다.
쇼박스가 지난해 배급한 모든 영화의 관객 수를 모두 합치면 715만 명이다. 파묘 한 작품으로만 지난해 전체 관객 수를 넘어선 것이다. 쇼박스가 배급한 한국 영화로만 좁히면 7배가 넘는 관객을 모았다.
파묘로 올린 매출도 지난해 쇼박스가 배급한 전체 영화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쇼박스가 지난해 배급한 영화들의 매출은 722억 원이다. 파묘 매출은 28일 기준으로 101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배급사 매출 순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쇼박스는 파묘 공동제작사와 투자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묘가 올린 매출에서 쇼박스가 가져가는 부분이 많단 얘기다.
실적 반등이 필요한 쇼박스로서는 고무적인 흐름이다.
쇼박스는 지난해 매출 400억 원, 영업손실 28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29.3%가 줄고 영업손실은 252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 가운데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외하고는 흥행 작품이 없는 영향이 컸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손익분기점이 관객 수 500만 명이었지만 누적 관객 수 105만 명을 기록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쇼박스의 마지막 1천만 영화가 2017년 개봉한 ‘택시운전사’일 만큼 한동안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7년 만에 1천만 영화를 배급하면서 올해는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영화 ‘사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신양씨(왼쪽)와 ‘모럴해저드’ 주연을 맡은 이제훈씨. |
쇼박스는 파묘 이후에 영화 ‘사흘’과 ‘모럴해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흘은 배우 박신양씨가 영화 ‘박수건달’ 이후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다.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심장 안에서 악마가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장르 작품이다.
영화업계에서는 오컬트 장르인 파묘가 흥행했고 박신양씨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작품인 만큼 깜짝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영화 모럴해저드다. 이 작품은 표절 논란이 풀어야 할 과제다.
모럴해저드는 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1등 소주 회사와 기업을 노리는 글로벌 투자사가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제훈씨와 유해진씨가 주연을 맡았다.
이제훈씨와 유해진씨 만남으로 화제가 됐지만 각본 표절 논란이 터졌다.
모럴해저드는 최윤진 감독이 연출했다. 최 감독의 입봉작이기도 하다. 영화사 ‘꽃’ 대표인 최 감독은 모럴해저드 각본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럴해저드가 각본 ‘에너미’를 표절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박현우 작가가 쓴 에너미는 론스타 사태를 그린 작품이다.
모럴해저드 각본을 보면 에너미를 복사해서 붙여 넣은 수준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심지어 설정도 비슷하고 주인공 이름은 똑같다.
최 감독은 에너미는 은행이 주요 무대고 모럴해저드는 소주 회사가 나오기 때문에 에너미와 모럴해저드는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이다. 박 작가와 함께 에너미 각본을 쓰다가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감독에 대한 각본 탈취 논란은 모럴해저드가 처음이 아니다. 최 감독은 영화 ‘심해’ 각본을 쓰면서도 김기용 작가의 각본을 탈취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도중에 김 작가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모럴해저드 개봉이 가까워지면 표절 논란에 대한 부분이 계속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심해 각본과 관련해서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에서도 비판 성명을 낸 적이 있다”며 “최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진 만큼 표절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영화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