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가 고공행진으로 경영진에 힘이 실렸던 JB금융그룹 주주총회가 다시 안갯속에 놓였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국부 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이 사측이 아닌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연임 마지막 해를 함께할 이사회 구성을 앞둔
김기홍 회장의 긴장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26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28일 열리는 JB금융그룹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쉽사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기구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전날 JB금융 주총 안건을 두고 사측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경영 전문성 등을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군 안건에 회사 손을 들어주는 동시에 비상임이사 1명 증원 등 얼라인이 제기한 주주제안에는 이사회 효율성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22일 얼라인이 제안한 사외이사 신규선임과 비상임이사 증원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가운데 노르웨이 연기금이 올해는 얼라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JB금융 주총을 앞둔 시장 반응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은 최근 얼라인이 제안한 비상임이사 증원 건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얼라인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찬성표를, 사측 후보에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얼라인이 요구한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후보 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서 180도 바뀌었다.
노르웨이 연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조4천억 달러(약 1873조 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국부 펀드로 여겨지는 만큼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JB금융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2.37%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주주가 모두 얼라인 편에 선 것은 아니다. 앞서 글로벌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사측 편을 들어 해외주주의 의견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JB금융 내 외국인 주주 영향력은 지난해 주총보다 더욱 커진 상황이다. JB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이번 주총 기준일인 2월 말 기준 35%대로 지난해 주총 기준일인 2022년 말보다 7%포인트 가량 늘었다.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3대 주주 OK저축은행(9.65%)은 사측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율 상 그 다음인 국민연금(6.16%)과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 더캐피탈그룹(5.48%)은 아직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 28일 열리는 J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사측과 얼라인 사이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기홍 JB금융 회장 입장에서는 연임 뒤 마지막 1년을 함께할 이사회 구성을 마음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셈이다. 김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말 주총까지다.
2022년에 이어 다시 연임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올해 주총을 지난해처럼 사측의 승리로 마무리하더라도 깔끔히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JB금융은 지난해 내부규범을 수정해 김 회장이 재연임에 성공했을 때 온전히 임기를 보낼 수 있도록 길도 터 놓았다.
김 회장은 1957년 1월생으로 향후 재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사내이사 재임 연령을 만 70세 미만으로 한 기존 규범에 따라 2028년이 아닌 2027년 주총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JB금융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꿔 사내이사 선임 및 재선임 시점의 연령 제한만 만 70세 미만으로 뒀다.
시장에서는 애초 JB금융이 지난해 단단한 실적을 낸 점, 주주환원 가늠자가 되는 자본여력을 양호히 관리한 점, 이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른 점 등을 들어 김 회장을 포함한 사측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JB금융 주가는 전날 1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21.05% 올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