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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정몽진, 삼성물산 주총에서 백기사 고수할까 투자자로 돌아설까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3-14 15: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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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몽진 KCC 회장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어떤 표를 던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KCC는 지금까지 삼성물산 2대주주로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정 회장이 이번에도 삼성물산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투자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정 회장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KCC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229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몽진</a>, 삼성물산 주총에서 백기사 고수할까 투자자로 돌아설까
▲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맞닥뜨린 삼성물산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 2대 주주인 KCC의 정몽진 회장(사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제60기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소액주주 제안이 상정된 이익배당 및 자사주 취득 등 표 대결 결과에 시선이 몰린다.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등 행동주의펀드 5곳은 삼성물산 이사회 안건보다 75% 이상 많은 현금배당과 추가 자사주 매입을 주주제안으로 내놓았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에 찬성 의사를 비치며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지닌 소액주주나 3대 주주 국민연금의 선택 등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주주제안이 관철될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33.63%에 이르고 주주제안을 제기한 행동주의펀드 5곳의 지분은 1.46%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한배를 타온 2대 주주 KCC(9.17%)가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정몽진 회장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KCC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5.76%(899만 주)를 6743억 원에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했다.

KCC가 확보한 의결권은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맞서 합병이 성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KCC는 2015년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1701만 주 보유하게 됐고 이 보유 주식 수는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거치며 KCC의 삼성물산 주식 보유목적(출자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뀌었다.

KCC와 삼성물산의 관계나 출자목적을 고려할 때 정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도 삼성물산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는 KCC가 자회사 상장 이슈와 맞물려 삼성물산의 백기사가 아니라 투자자로서 역할을 중시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KC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미국 실리콘 자회사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즈(모멘티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실리콘 업황이 녹록치 않다. 모멘티브 상장을 완수하지 못하면 당장 수천억 원에서 길게는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해진다.

여기에 KCC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이 활용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의견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KCC는 2019년 3조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5년 뒤인 올해 5월까지 모멘티브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재무적투자자인 SJL파트너스의 공동매각요구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KCC가 SJL파트너스의 지분 20%를 살 수 있는 매도청구권(콜옵션)으로 대응한다면 KCC는 이 지분 매입과 함께 연 5%의 복리 가산 수익률을 보장하는 데 4천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모멘티브 상장이 불발되면 상장을 거쳐 조달한 자금으로 모멘티브 인수 때 발생한 인수금융 18억 달러(약 2조3천억 원)를 상환한다는 KCC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KCC 실리콘사업부문은 업황 악화에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손실 411억 원을 나타냈다. KCC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실적으로 보면 영업이익 3100억 원을 냈는데 실리콘 부문 수요 감소 탓에 2022년보다 33.7%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KCC 리포트에서 “KCC는 삼성물산 지분을 포함해 2조 원 이상의 매도가능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추가 차입금을 일으키지 않고 (상장 불발에 따른) 모멘티브 잔여지분 인수가 가능한 구조다”고 분석했다.

KCC는 18억 달러의 인수금융 상환 만기가 2028년까지 연장됐고 당장 삼성물산 지분 외에도 2023년 3분기 기준 1조5천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KCC가 이번 삼성물산 주총에서 나타낼 표심은 정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의 활용방안을 우군 성격으로 유지하느냐 투자자 관점의 이익추구로 선회하느냐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과거 KCC를 통해 만도와 제일모직에 투자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보는 등 일명 ‘투자의 귀재’로 불려왔다.

KCC는 2008년 당시 한라건설(현 HL디앤아이한라)이 만도를 인수할 때 참여해 2670억 원을 넣어 지분 29.9%를 확보했고 이어 2010년 만도가 기업공개를 거칠 때 만도 지분 전량을 처분하며 7814억 원을 회수했다. 3년여 만에 5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이다.

KCC는 2011년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의 주식 2152만 주를 확보했는데 제일모직이 2014년 말 상장하면서 1천억 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03년부터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등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을 시작으로 주식투자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KCC는 삼성물산 이외에도 현대코퍼레이션(12.00%), HL디앤아이한라(9.78%), HD한국조선해양(3.91%), HDC현대산업개발(2.37%) 등 9곳의 비계열사인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분가치는 모두 2조2천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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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1701만 주)의 가치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2조9천억 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올해 1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더해져 급등했다.

이에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2015년 현재의 주식 수를 보유한 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17만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015년 9월2일(17만3500원) 이후 8년6개월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주가가 2월19일(17만400원) 이전까지 17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9월15일 17만 원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에는 1년 내내 10만 원 초반대를 횡보하기도 했다.

이에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지난해 3분기 말 1조8302억 원에서 이날 2조9053억 원까지 높아졌다. 2015년 말 기준 2조3813억 원을 5천억 원 이상 웃둔다.

KCC 관계자는 “현재 행동주의펀드를 포함해 모든 안건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한 후 행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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