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03-11 16: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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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소액연체자의 연체이력 공유를 제한하는 ‘신용사면’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카드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카드사들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카드대출 안고 있는 터에 건전성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12일 시행되는 '신용사면' 조치에 따라 카드업계가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현금자동인출기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문구. <연합뉴스>
11일 금융위원회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12일부터 2천만 원 이하 소액연체자 가운데 전액 상환을 마친 이들의 연체이력정보 공유와 활용이 제한돼 신용평가점수가 자동으로 상승한다.
이번 조치의 대상자는 약 298만 명이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약 250만 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39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대상자 가운데 15만 명은 카드발급 가능 최저신용점수인 645점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신용평가점수 외에 자체 발급기준을 따로 운영하는 만큼 15만 명이 모두 신규 카드발급 대상이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연체이력을 지녔던 금융소비자 다수가 카드사로 새로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은 건전성관리에 힘을 싣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출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카드업계가 이번 신용사면 여파를 주시하는 이유로 꼽힌다.
일부 고객들은 연체기록 공유 제한으로 신용도가 기존보다 고평가되면 카드론 등 대출한도도 새롭게 부여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는 현재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카드론 잔액에 따라 건전성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NH농협카드와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1월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39조212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취약차주 대출을 취급하는 2금융권 특성 상 대출잔액 증가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연체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파른 연체율 상승세를 보였다. <여신금융협회>
지난해에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약 3년여 만에 마의 연체율로 불리는 실질연체율 2%를 넘긴 카드사도 등장했다. 실질연체율은 대환대출 채권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말한다.
카드대출 취급규모가 크지 않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평균 연체율도 1.6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신용사면 조치가 카드사 대출잔액 규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제도 시행 전 자체 테스트를 통해 건전성 하락 여부 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연체자의 신용도 회복을 지원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여건이 나아져서 연체금액을 상환하는 고객들도 있겠지만 일부는 연체금액을 무리하게라도 상환한 뒤 더 큰 금액으로 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